또 한해가 넘어가는 날. 한 해를 어찌 지냈는지 바쁘다는 핑계로 갈무리도 제대로 못하고 말았다. 이 지점에 서면 자동차 백미러를 통해 비춰지는 뒷 풍경처럼 때론 아득하게 때론 서로 겹쳐져 지나온 세월이 애틋하게 보이기도 한다.

내가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청주 박물관은 올해도 많은 관람객이 다녀갔다. 그 선한 인상좋은 분들을 일일이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생각 같아선 그 분들에게 따뜻한 감사장 내지는 안부를 묻는 짧은 서신이라도 한 통 띄우고 싶은 심정이다. 자원봉사회 회원이 많지 않아 박물관을 찾았을 때 빈 걸음 하듯 다녀가신 분들도 많을 것이다. 더군다나 안내를 내심 원했는데 사정이 그렇지 못해 그냥 가신 분들게 혜량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자원봉사회는 만 4년 전에 생겼다. 1999년 10월 사뇌사 유물을 중심으로 한 고려 금속공예 특별전을 시작으로, 2000년 1월 초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회원은 10명 남짓. 서로 연배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지만 우리 문화사랑 그 열정은 공통분모를 가진 셈이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매주 정해진 요일에 나와 관람객을 만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에 어려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얕은 지식이 그나마 머릿속에 있다해도 입 밖에 소리내 전달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유물 설명 안내는 그저 좋아하는 이상으로 요구되는 그 무엇이 있기에 조심스럽다. 분명 전문가 수준은 못되더라도 옳은 역사관과 풍부한 지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방문객마다 관심사가 다를 수가 있다. 어떤 사람은 농사에 관련된 유물에, 또 어떤 이는 도자기에, 평면 미술작품에 관심을 쏟을 것이다. 이런 경우 관람객의 생각을 알아 거기에 맞춰 얘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도 그것을 완전히 터득하지 못해 노력할 뿐이다.

이제 방학을 맞아 박물관을 찾을 계획을 세운 분들이 있을 줄 안다. 전국 대부분의 박물관이나 고적지에서는 항상 친절한 자원봉사자가 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도움을 요청하길 바란다.
새해에는 한층 발전된 모습으로 관람객들을 만나야지 스스로 다짐하면서 더 많은 관람객들이 박물관에 발걸음해 주길 바라는 마음 가득하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진숙 / 국립청주박물관 자원봉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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