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갈등이 지역색과 더불어 지역마다 있다. 학연과 지연에 따라 갈등이 생기고, 선거나 외부적 권위에 의해 갈등이 생긴다. 갈등의 양상을 들여다보면 개인의 욕망에 비롯된 경우가 많다. 특정 개인의 지역 패권주의에 의해 갈등이 증폭되는 경우도 있다. 지역 헤게모니 장악을 위해 자신의 소신에 맞지 않는 이를 배척하기 때문에 갈등의 불씨가 일어난다. 구성원간의 갈등은 당사자를 포함해 이웃에게도 고통을 준다.

갈등은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된다.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한다. 갈등의 상처로 인해 집단적 히스테리와 개인적 노이로제, 사회적 스트레스까지 증가된다. 자기 탓보다 남의 탓으로 돌린다. 갈등의 요인으로 인해 이웃끼리 동창끼리 원수처럼 지낸다. 자세히 살펴보면 대단한 일도 아닌 것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져 서로 물어뜯는다. 서로 죽이겠다고 핏대를 세운다. 정말 안타깝다.

갈등을 긍정적으로 보면 상대의 힘을 의식해 조심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갈등은 대체로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평소 말로만 지역의 공동선(共同善)을 위해 정정당당한 경쟁을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선의의 경쟁을 하다가도 진다든가 앞서가지 못하면 가차없이 공격한다. 그래서 갈등이 첨예화된다. 남의 얘기를 듣지 않고 씹기 시작한다.

2004년 새해가 오고 있다. 해돋이를 보면서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을 기도하자. 남을 배려하고 이웃의 미덕을 찾아주고 지역의 미래를 위해 반성하자. 유한한 생애에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제 밥그릇 챙기려고 남의 밥그릇에 재를 뿌리고 밥그릇을 엎어도 되는가. 자기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비난해도 되는가. 마음이 맞지 않는다고 무조건 배척해도 되는가. 남이 잘 되는 것을 칭찬할 수 있는 여유는 없는 걸까.

조금만 양보하자. 내가 사소한 것에 목숨걸기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한 해 운수도 내다보고 토정비결도 보면서 올해의 폐단을 되돌아보자. 충북의 최고 선비인 우암 송시열은 미수 허목과 경쟁관계에 있었다. 도덕적 헤게모니를 앞세워 목숨을 걸고 싸웠다. 의례 문제로 인생을 걸었다.

그러나 그들은 “희노(喜怒)란 부끄러움과 욕됨의 중매자이니 삼가고 경계하기를 반드시 진실되게 하라”고 강조하면서 상대의 내면을 헤아렸다. 그렇다. 살다보면 방해가 될 수 있지만 경쟁관계가 있는 상대를 정정당당하게 배려할 아량이 필요하다. 갈등의 씨앗을 뿌렸다면 화해할 수 있는 생각의 전환도 있어야 한다.

지역마다 갈등의 뿌리가 있다. 충북 시·군마다 갈등의 상채기 때문에 죄 없는 이웃이 갈등의 파도로 넌더리를 내고 있다. 청풍명월의 자연으로 갈등을 해소하자. 갈등의 진원지를 시·군마다 있는 진산(眞山)에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털어 버리자. 새해 해맞이는 갈등의 어둠을 지우고 희망의 해가 솟구치듯 지역민에게 살맛나는 터전을 마련하자.

충북 시·군마다 남아있는 갈등의 찌꺼기를 새해에는 원숭이의 지혜로 털어 버렸으면 좋겠다. 문화치유학(文化治癒學)이 필요하다고 한 것처럼 충북의 선비의 힘으로 사소한 지역분열과 깎아내리기를 그만두자. 정치권이 그런다고 하더라도 따스한 지역을 만들기 위해 선비의 의연한 문화마인드로 용서하자. 2004년 충북은 갈등을 최소화하고 멋진 선비나라를 만들자. 지역문화 공부도 갈등치유의 방편이 된다.

이창식 / 세명대 미디어문학부 교수 (chang-07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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