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문다. 모두에게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 제목과 관련해서는 불쾌할지 모르지만 벽장 안에 해골이라는 이야기를 꺼내야 어울릴 것 같다. 이 말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는 모르나 기분 좋게 들리는 뉘앙스를 풍기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의미가 통할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택하게 되었다. 어쨌든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해괴한 듯한 내용을 택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사람은 누구나 약점이 있다

서양 속담에 ‘Everybody has his skeleton in his wall closet’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직역하면 모든 사람은 자신의 사실(私室)에 자신의 뼈대를 가지고 있다는 말로 의역해 ‘털어 먼지 없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이와 유사한 속담으로 ‘Every bean has its black’이라는 말도 있다.

이는 ‘모든 콩은 검은 부분이 있다’라는 말로 ‘누구에게나 약점이 있다’는 의미이다. 격언이나 속담은 옛 사람들의 투박한 삶의 체취와 지혜가 깊이 배어있다는 점에서 교훈이나 깊은 의미를 전하기에 충분하다.

이 점에서 위 속담을 음미해 보면 두 속담은 공통적으로 인간 약점이나 나쁜 점과 관련해 개인이 아니라 모든 사람과 관련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속담이 사람의 죄나 약점에 관해 예외를 두지 않고 모든 사람의 문제로 부각시키고 있는 점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겠으나 이들은 원죄론이 아니더라도 인간의 죄악과 함께 자성을 일깨우며 자신의 사실에 감추어진 흉측한 부분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들이 삶에서 고통을 겪는 이유는 위와 같은 말이나 속담이 없어서는 아닌 듯하다.

문제는 말은 있으나 성찰은 없고 전진하는 저돌성은 있으나 후진은 하지 못하는 내부적인 결함 때문이 아닌가 싶다. 또한 모두가 함께 가야할 길이 좁아져 외길로 변하는 듯하고 대화가 아니라 고성과 논쟁만이 있는 듯하다. 누구를 탓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에게 갈 길이 멀고 험난하다는 마음에서다.

얼마 전 필리핀 시장이었으며 검소한 생활로 널리 알려진 잠농 시장이 퇴직 후 사회에 작은 헌신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가 하는 일이란 시골의 조용한 곳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일반 사람들이나 공직자들에게 성찰의 기회와 함께 검소한 삶을 체험하는 코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잠농 시장다운 발상으로 그의 면면을 생각케 하며 오늘의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속담이 시사하듯 전혀 약점이나 죄가 없는 사람이나 사회는 존재하기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그러한 사회는 어느 한 사람이나 기관의 노력에 의해서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속담은 암시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은밀한 사실을 들여다 보고 부단히 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에 밝아질 수 있다고 본다.

과오 많은 리더들 속죄해야

이점에서 내면 깊은 곳으로부터의 고백과도 같은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참된 인품의 소유자라고 생각된다. 그러한 사람이야말로 훌륭한 장수는 아닐지라도 힘든 적과 싸워 이긴 진정한 의미의 정신적인 승리자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과연 누가 선뜻 그러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으로 고백하는가. 어두운 곳에 감춰진 흉한 잔재가 아니더라도 자신에 대한 진정한 성찰이 있을 때에만 겸허해질 수 있고 감사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올해도 이제는 거의 저물어가고 있다. 정신이 없이 지나간 한해이지만 한해의 가장자리에서 분주함으로 쫓기기보다는 조용한 가운데 심부(深部) 깊이 드리워진 망령을 바라보고 탄식과 같은 자성의 소리를 들으며 참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는 연말이 되고 새해를 맞이했으면 한다.

황문수 / 충청대학 영어통역과 교수 (hms10@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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