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일본은 판 구조상 지진 다발 지역대에 속하며, 태풍이 지나는 길목으로서 천재지변이 끊이지 않는 나라이다. 이에 비하면 한반도는 태풍이나 지진의 빈도 면에서 일본에 비하면 복 받은 나라이다. 그런데도 태풍이 오면 일본보다도 많은 인명, 재산의 피해가 매년 연례행사처럼 되풀이 되니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무슨 이유로 이러한 차이가 빚어지는가?

일본은 천재지변에 대한 경험으로부터 속담도 많이 생겨났다. 일본 속담에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세 가지가 있다 하는데, 그 세 가지는 바로 아버지와 천둥, 그리고 화재다. 아버지의 꾸중이 무섭고 목재 주택이 많으니 화재가 무섭고 또한 천재지변이 무섭다는 비유이다.

경험으로부터 터득한 지혜로 일본에서는 지진이나 태풍과 같은 천재지변에 매우 강하다. 아니, 천재지변에 대처하기 위한 예비교육과 훈련이 매우 잘 돼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군부대 작전계획처럼 재난시 자기 가족들이 대피해야 할 구역이 지정돼 있으며, 변동시는 물론 매년 일정한 시기에 통지서가 집안에 날아든다. 소방서나 재난방지 부서는 매달 시범훈련에 방재훈련 대회 등으로 연중 모의훈련 일색이다.

일본열도의 지리적 특성상 매년 되풀이 되는 태풍, 지진, 폭우, 대형 화재시 라디오나 국영방송(NHK) 등은 정규방송을 멈추고 예상 진로로부터 주의사항 등 자세한 보도에 열중하고 동네 앰프는 앰프대로 지역 주민들에게 지시사항을 하달한다(일제시의 방공훈련 연상).

일본은 소학교 학생(초등학생)때부터 지진 체험 실습을 한다. 어려서부터 지진에 대한 위험성을 자각하고 항상 조심하는 습관을 키우는 것이다.

지진 및 태풍이 지난 다음에는 반드시 ‘이번 천재지변으로 몇 명이 죽었고 무슨 문제점이 있었으며’하면서 반성의 기회를 갖는다. 문제점이 분석되면 다시 폭넓게 교육이 시작되고 재난방지를 위한 예행연습까지 하게 된다. 우리도 이제는 일본인들처럼 대형 인재사고로부터 교훈을 얻고 예방 훈련에 힘써야 한다.

올 여름 끝에 들이닥친 태풍 ‘매미’로부터 우리는 엄청난 피해를 맛봤다. 태풍이 추석연휴 기간 중에 불어왔다 하더라도 마산지역에서의 피해는 아쉬움과 함께 공무원들의 직무태만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태풍이 범상치 않은 대형이며, 해일이 일 것이라 예고 됐는데도 지하상가에 대한 경고나 확인조차 없었으니 인재사고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아울러 국민들의 안전 불감증도 큰 문제이다. 자살선진국이라 불리는 일본인들보다 현생(現生)을 중요시하며 악착같이 살려 하는 한국인들이, 어찌해 천재지변에는 이처럼 약하디 약한 모습들인가? 너무나 어이없이 헛되이 희생되니 기가 찰 일이다.

일본인들은 무슨 일을 함에 있어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일에 임하는 ‘비관주의자’인 반면, 한국인들은 최상의 시나리오로 임하는 ‘낙관주의자’의 전형이다. 이는 오랫동안 역사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 국민성으로 양자 사이에는 분명히 장점과 단점이 있으나, 우리도 천재지변에 대해서만큼은 ‘비관주의자’가 돼 최악의 시나리오를 짜놓고 이에 미리미리 대응하고 훈련을 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천재지변 대비에 아무리 돈을 많이 들인다 해도 이는 비난할 일이 못된다.

정부는 재난예방, 방지 및 처리에 관한 제도적 장치와 효율적인 교육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올해의 재난을 교훈으로 내년부터는 두 번 다시 후진국형 인재 사고가 없었으면 한다.

장팔현 /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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