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느덧 한해가 저물어 며칠 남지 않았다. 이맘때쯤 거리를 나서면 구세군의 자선냄비 종소리와 크리스마스 캐럴은 예전이나 다름없이 찬바람을 가르며 울려 퍼지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왠지 마음이 바쁘고 들떠있는 듯한 기분이다.

도시 중심가에는 즐거워하는 젊은 남녀들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혼잡을 이루며 오고가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는 아마 사람들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아쉬워하며 새로운 한해를 맞고 싶어하는 기대 섞인 마음에서인 것 같다.

그러나 매년 연말을 보내면서 느끼는 점은 사람들이 일상 생활과는 좀 다른 떠들썩한 연말을 보내고 싶어하는 마음이 커져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구세군의 종, 각성의 소리로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러한 풍조는 우리 나라의 문화적 전통에서 생겨났다기보다는 기독교 문명권의 영향을 받아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아마 이는 기독교 국가들 사이에서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 오신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는 마음에서 그러한 축제 분위기를 살려낸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유는 죄에서 허덕이는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오신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죄를 대속(代贖)하기 위해서 낮고 천한 자리로 오신 예수님을 진정으로 맞이하려 한다면 마음을 정결히 하고 겸손히 낮아질 때 영접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한 마음 자세가 없이는 예수님의 복음을 받아드릴 수도 없을 것이며 다른 한해를 맞이한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과거를 다시 연장시켜 고통을 늘리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지난날 사회에 얼마나 불행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었던가 하는 점을 생각해 보면 모두의 마음이 무겁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예기치 않게 일어난 재난으로 많은 사람들은 어려움 속에서 신음하고 그러한 고통 소리는 아직도 들리고 있다. 따라서 눈을 돌려보면 얼굴을 찡그리게 하는 연말의 분위기 속에서 거리에 울려 퍼지는 구세군의 종소리는 단순한 종소리가 아니라 각성을 촉구하는 종소리로 들려야 할 것이다.

종소리는 모두가 함께 들어야 할 아픈 이웃의 고통의 소리이자 예수님이 전하는 복음이 담긴 메시지와 ‘이웃 사랑’ 나눔의 종소리로 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는 오랫동안 내우외환을 겪으며 비롯된 굴절된 역사를 지닌 사회로 아직도 그러한 상처를 벗어나지 못한 채 오늘도 변화라는 시대적 흐름과 갈등을 빚고 있다. 따라서 사회는 분열된 채 갈 바를 모르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는 마치 사회가 바퀴에 고장이 나서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굴러가는 마차처럼 불안정하게만 느껴진다.

양보, 타협의 축복된 사회를

따라서 이러한 사회의 갈등과 불안을 씻어내기 위해서 모두의 자성과 바른 가치 창조를 위한 결단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의 다툼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여 불신을 키우고 정신적으로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불행한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

이제는 희망이 빛을 발하는 밝은 사회 문화가 뿌리를 내릴 기틀을 마련하는 시대가 돼야 한다. 들뜨고 흥청대는 세모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 깊어진 갈등과 불신의 골을 메우고 화합과 평화와 그리고 희망의 무지개가 영롱하게 솟아올라 모든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감동을 선사하는 시대를 준비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모두가 마음을 정결히 하고 낮아져 양보와 타협을 통하여 새로운 문화 창조와 함께 축복이 넘치는, 역사에 길이 남을 한해를 마련하는 뜻깊은 연말이 됐으면 좋겠다. 아버지를 잃고 방황하는 고아가 아니라 소망의 길로 안내하는 참된 아버지를 만나는 소중한 연말이 됐으면 좋겠다.

황문수 / 충청대 영어통역과 교수 (hms10@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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