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낭만파 천재 시인 이태백(701∼762)은 시로서 명성을 날렸지만, 한국의 이태백은 ‘이십대 태반이 백수’의 줄인 말로 청년 실업자들이 많은 오늘의 세태를 풍자한 함축어다.

실제로 청년실업률이 8%를 넘어 전체 실업률의 50%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사회불균형의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 청년실업자들 대부분은 고졸자나 전문대 이상의 출신자들로서 사회로 진출해 다가올 고령화사회를 떠맡아야 할 책임을 지고 있는 층이다. 그런데 실상을 살펴 보면, 일할 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이상적인 일자리가 없기에 취업을 하지 않고 있는 젊은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청년실업자, 신용불량자도 돼

전문대의 경우, 졸업 후 거의 100% 가까이 취업률을 보이고 있지만 이들이 처음 취업한 직장에서 꾸준히 일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 이유를 들어보면 직장이 이상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TV드라마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과 같이 깔끔한 넥타이를 맨 화이트칼라를 원했던 것인데 실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장래에 비젼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직장을 그만두고 4년제 대학 편입학이나 다른 진로를 찾게 된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중국의 조선족들이 채우는 예가 허다하다. 대부분 직장생활을 하는 청년들이 돈을 모으는 것은 월급도 있지만 소비를 줄여 저축을 하는 방법을 택한다.

반면에 소위 ‘화백’이라는 층은 축적해 둔 자산이 있는 사람들로 골프도 치고, 술도 마시는 등 ‘화려한 백수’로 살게 되지만 대부분의 청년실업자들은 ‘초라한 백수’이다.  그들이 신용카드를 백화점이나 유흥음식점 등에서 마구 사용하다 보면 결국 신용불량자까지 되고 마는 것이다.

이런 신용불량자들의 양산은 신용카드회사의 무분별한 카드발급에도 책임이 있다. 지금 신용불량자 수가 천만을 육박하고 있으며 이중에 이 카드로 저 카드를 돌려막기하는 사용자 수가 적어도 100만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중에 청년실업자들에게 발급된 신용카드 수를 파악해 보면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생계가 곤란해 어쩔 수 없는 불량자들도 있지만 눈높이를 낮추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자가 된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더구나 이들이 현실을 바로보지 못한 채 헛된 환상으로 신용카드를 마구 사용하고 스스로 불량자로 전락해 버리고 마는 꼴이어서 사회적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태백’ 의 부모들은 일터로 나가고 있다. 설령 젊은이들이 직장에 나간다 하더라도 직장인의 고난은 ‘삼팔선’으로 그어져 있다. 즉, 삼십 팔 세면 이미 퇴직할 나이를 넘었다는 뜻이니 그 직장이 내 집 같을 리 없다. 내 집 같지 않은 곳일지라도 평생을 뼈를 묻을 곳이라고 생각하던 옛날 직장과 같은 애사심과 충성심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사십오세면 떠밀려 명예로운 정년퇴직을 해야하는 소위 ‘사오정’이 되니 적어도 그전에 회사에서 퇴직 후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야

따라서 이런 불안감으로 인해 잃게 되는 회사의 손실액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오십육세가 될 때까지 회사에 남게 되면 ‘도둑(오륙도)’이라는 소릴 듣게 될 터이니 노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게 돼 있다.

그나마 ‘오륙도’가 되도록 직장에 종사했던 사람들은 퇴직금으로 자영업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창업이라는 것도 사회적으로 돈이 돌지 않는 어려운 국면에서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교육 공무원이나 고위직 공무원들은 ‘육이오(육십이세까지 직장생활을 하면 오적)’라는 말을 들어가며 직장에 있게 되지만 퇴직 후에 청년실업자인 자식들을 두고 퇴직금으로 생활하기란 실로 어렵다.

더구나 퇴직금으로 받는 연금이란 것도 앞으로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니 20년 뒤에 세 사람의 청년들이 한 사람의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안락한 실버(노년)’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이 암담한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일하는 사회, 직업의 평등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정길 / 주성대 전임연구원·문학박사 (jkrhee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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