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일본인

일본인들의 습관 중 하나다. 가을걷이가 시작되면 첫 수확 후 반드시 북쪽을 향해 공손히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조상님께 감사드린다. 필자는 처음에 하도 괴이해, 그 연유를 일본인에게 물은 즉, “그러한 습관은 아주 오랜 옛날 옛적부터 자연적으로 몸에 밴 행동”이라 한다.

이러한 문화인류학적 행태는 지극히 당연한 일로서 선조들의 출발지를 향해 기도드리는 것이다. 일본에서의 북쪽을 향한 합장기도는 북쪽에서 이주해 왔다는 사실이 그들의 유전자 속에 새겨져 있어서 마음으로는 부정하고 싶어도 습관적으로는 바꿀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자연적 습관은 누가 시켜서 시작 된 것이 아니라, 먼먼 옛날 일본열도에 처음 도착해 첫 수확을 거두고 그 기쁨을 조상들의 땅이요, 몇몇 친척들이 남아 있었을 고향을 향해 드리던 감사의 뜻이 오늘날까지도 무의식적으로 전승되어 온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니 핏속에 흐르는 암호이자, 유전자 속에 감춰진 과거에 대한 회상이자, 반추로 볼 수 있다.     
우리는 우리 조상들의 땅이었던 북쪽 시베리아 출발지를 향해 추수 후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면 일본인들은 한반도를 향해서 기도를 드린다는 것이다.

사람도 동물처럼 원 고향을 그리워하는 모양이다. 여우도 죽을 때가 되면 머리를 자신의 고향 쪽을 향해 몸을 눕힌다고 한다. 고향을 향한 수구지심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피차 매 일반임을 나타내는 습관이라 할 것이다.

일본인 노부부가 심한 부부싸움을 할 때는 이런 말이 오간다고 한다.
할아버지: “당신은 신라인이라 나하고 사이가 안 좋은 거야. 그러니 매일 싸움이지. 으이구.”
할머니: “맞아요. 나는 신라인의 후손이고, 당신은 백제인의 후손이라 늘 이렇게 싸움을 하게 되는 거라고요. 우리 둘 사이는 신라, 백제인들 사이처럼 견원지간이라니까요.”

노부부의 말처럼 부부싸움 중에도 신라, 백제라는 얘기가 나오고 첫 수확 때 북쪽을 향해 기도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일본인들의 본심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습관이 내재된 일본인들이 한반도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아주 복잡하고 미묘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내재적 감정은 양국이 우호적 관계일 때에는 매우 긍정적으로 나타난다. 조선 시대 중기 토쿠가와 막부와의 오랜 선린외교가 좋은 예이다. 그러나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항상 좋은 쪽으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다. 양국 사이에 국력차가 현저하게 나타나고 어느 일방이 나쁜 마음을 먹게 되면 양국관계는 먹구름이 끼고 전쟁까지도 불사하게 된다. 임진왜란이 그랬고 정유재란이 그러했으며 한·일 합방이 또한 그랬다.

양국은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하나 이러한 균형이 깨질 때 욕심이 생기고 다른 쪽을 범하려는 기운이 도사리게 되는 것이다. 현재에도 북핵을 빌미로 거침없이 군사대국화에 매진하는 일본인들을 보면 또다시 습관이 된 수구지심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자못 위험하게 느껴지는 시대이다.

일본인들의 수구지심도 이제는 반갑지 않고 잊었으면 하는 부질없는 마음뿐이다.

장팔현 /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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