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력이 있다고 스스로 주장하는 20대 초반 아버지가 자신의 아이들을 산 채로 한강에 던졌다. 놀이공원에 가자는 말을 믿고 아빠를 따라 나선 어린 자녀에게 수면제를 먹인 후 차디찬 한강 물 속에 아이들을 오물처럼 내던진 금수만도 못한 그는 자식을 죽이고 유유히 따뜻한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아버지에 의해 한강에 던져진 남매는 결국 싸늘한 사체로 발견됐는데 몹시도 추웠던 듯 온몸이 오그라든 채 얼어 있었다고 한다.

직업도 없는 데다 경마 등으로 3천5백만 원의 빚이 있어 아이들이 필요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자식 살해동기를 밝힌 이 사람은 부모에게 얹혀 살고 있는 정신장애자라 하나 결코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 아니다.

정신질환자라 면책해서야

대형 아파트에서 이번 범행에 사용한 승합차를 포함, 차 3대를 보유할 만큼 부유하게 살고 있는 그는 단지 짐스럽고 귀찮아서 제 자식을 언 강물에 수장시켰으니 입이 열 개 있다한들 무슨 변명을 할 수 있겠는가.

도저히 믿기 어려운 범행을 정신장애 3급 판정을 받아 그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는 이유를 들어 면죄해 보려는 그의 정신질환이 자식을 없애고도 태연할 만큼 위중한 것인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질 않는다.

보건복지부에서 규정한 정신장애 3급 자는 정신분열병, 양극성 정동장애(조울병), 반복성 우울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인격변화나 퇴행은 심하지 않으며, 기능 및 능력장애로 인해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기능 수행에 제한을 받아 간헐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다.

장애의 판정방법은 정해진 6개 항목 중 3가지 이상에 해당하는데 항목을 살펴보면, 1) 적절한 식사를 자발적으로 하기도 하나 아직 도움이 필요한 경우 2) 세면, 목욕, 청소 등의 청결 유지를 자발적으로 하기도 하나 아직 도움이 필요한 경우 3) 적절한 의사표현이나 협조적 대인관계를 맺는 것이 아직 충분치 않고 불안정한 경우 4) 자발적인 통원치료 및 약물복용이 대체로 가능하지만 아직 도움이 필요한 경우 5) 소지품 및 금전에 대한 기본적인 관리능력은 있으나 적절한 금전관리와 구매행위에 아직 도움이 필요한 경우 6)대중교통수단이나 공공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나 아직 도움이 필요한 경우라 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정한 정신장애 3급 판정기준 항목이라는 것을 조목조목 검토해보면 이 사람이 그 중 어느 조건에 3가지 이상 해당돼 장애 판정을 받은 것인지 이해가 어렵다. 아이들을 놀러가자고 꾀어 손수 운전을 하는 차에 태운 후, 수 일 동안 인터넷 등을 통해 알아낸 살해장소에서 미리 수면제를 먹여 물에 던진 치밀한 범죄가 어찌 정신질환자의 충동적인 범행인가.

그래서 “그의 나이로 보면 군대를 피하려고 일부러 정신장애 판정을 받지 않았는지, 상황이 결혼도 했고 자식도 있는데 어떻게든 군대를 면제받고 싶었겠고, 그래서 일부러 정신장애 판정을 받지 않았나.” 라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심하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비정한 세태, 개선책 없을까

체포됐을 때 그는 자신이 정신병자라서 범행의 기억이 안 난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정신질환에 의한 사고였다면 그토록 치밀한 정보수집에 의한 살인이 어떻게 가능했으랴.

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면 일부 매스컴이 기사화 한 ‘정신병력이 있는 20대 초반 아버지가 부부 싸움 끝에 자신의 아이들을 한강에 던진’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무책임하고 충동적으로 살아 온 20대의 한심한 가장이 자식마저 짐스러워 무자비하게 살해한 패륜범행인 것이다.

우리사회의 보편적인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는 혈통적 일체감을 토대로 한 공생개념이 내재하고 있고 그로 인해 부모와 자식, 양자가 공생공존해야 한다는 의식이 지나친 애착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생활고를 비관한 부모가 자녀와 동반자살을 하는 이유 역시 이러한 소유개념을 간접적으로 표시하는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 한 몸 편하자고 천륜을 끊은 이번 사건 장본인의 심리는 어찌 분석해야 할지 그 비정한 부정에 겨울바람이 더욱 차기만 하다.

류경희 / 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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