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14일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지난 대통령 선거당시 받은 불법대선자금에 대해 “한나라당 불법자금의 10분의1이 넘으면 대통령직을 그만두고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말한 것이 또다시 세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현재 드러나 있는 한나라당의 불법대선자금의 규모가 500억원대에 이르고 있다고 하니 자신이 50억 이상은 받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인지 아니면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에 대해 그 상한선을 제시한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알기 어렵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저의가 무엇이든지간에 우리는 심히 유감스러운 마음을 감출수 없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던지는 말 한마디는 일반인들의 말과는 사뭇 다르다. 국가의 최고통수권자로서 갖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어떠한 경우라도 말을 아끼고 신중한 판단을 한 후 발표해야 한다.

지인(知人)끼리 모여서 농담삼아 던지는 말이라 해도 국가의 통수권자가 말하는 것은 진의(眞意)를 떠나 타인에게는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 발표라면 너무나 경솔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규정된 것 이외의 어떠한 정치자금의 제공도 금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자금법에서 정한 방법 이외의 수단이나 제한규정을 어긴 경우라면 누구나 처벌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노무현대통령이 지난 대선과정에서 불법으로 모금한 정치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1 수준이라 해도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헌법 84조는 대통령에 대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가 아니면 재직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법당국이 소추할 법적인 권한이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임기가 5년이라고 볼 때 정치자금법에서 정한 공소시효 3년이 지나가 버려 퇴임후에는 처벌할 가능성조차 없어진다. 물론 이 경우 대통령 재임중에 시효중단의 효과가 있느냐의 여부가 또다시 문제가 되겠지만….

이전에도 노무현 대통령은 일본 공산당 위원장인 시이 가즈오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에도 공산당이 허용될 때라야 비로소 완전한 민주주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남북대치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라고 정국이 시끄러웠던 적이 있고, “힘들어서 대통령 못해 먹겠다”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는가 하면, 대통령과 전국 검사들과의 토론회에서는 “이쯤하면 막가자는 것이지요”라고 말해 조롱거리가 된 적도 있다.

또한 대통령이 고속전철 부산지역 금정산·천정산 관통과 관련해 대선공약을 이유로 공사중단과 노선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2년간의 준비절차를 거쳐 선정된 노선을 일거에 뒤엎어 버리고 부산을 떠는 관료들도 문제다. 법과 제도적 절차를 무시한 임기응변식 결정이 초래하는 막대한 재정적 손실과 국민 다수의 불편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정국이 매우 불안정하며 경제는 위축되고 기업은 외국으로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있는 상태에서 수출과 내수마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작금의 국가상황에서 통치권자의 말 한마디는 국가의 미래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삼사일언(三思一言, 세번 생각하고 한번 말하다)의 마음가짐으로 한마디 한마디 신중한 선택을 하길 기대해 본다.

강대식 / 청주대 법과대학 겸임교수 (law3000200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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