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한때 미국과 더불어 세계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경제적 동물이라는 부러움과 시기 어린 칭호를 받아왔다. 그러나 10년간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이제는 무엇이 불황의 주된 요인인지 일본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주요 연구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때 일본 경제모델이 교과서인 양 많은 제도를 도입한 우리로서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관심과 깊은 연구가 필요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전문가들은 지나칠 정도로 저축하고 소비를 아끼는 국민성에 의한 소비위축을 일본 경기 침체의 주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소비가 줄면서 기업의 이윤이 낮아져 소득이 줄고 소득이 줄게 되니 더욱 소비를 줄이는 악순환의 계속으로 경기가 장기적인 침체에 빠져들게 됐다는 얘기다. 아울러 인건비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를 피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및 중국 등으로 공장을 이전하다 산업공동화 현상을 초래한 것과 금융·기업의 과감한 구조조정이 결여된 점도 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여기서 일본 사회의 고령화가 가장 주요한 경기침체 요소 중 하나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감히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일본경제 침체의 주 요인이 고령화에 따른 소비위축임을 알아야겠다.

국민의 평균수명이 70세일 때, 80세일 때, 90세일 때마다 소비 형태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퇴직 후 직장 없이 30년을 더 산다고 생각할 때 우리의 씀씀이는 10년, 20년을 더 산다고 생각할 때와는 확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핵가족화가 급속히 진행돼 자식으로부터의 도움을 받기가 어려워지는 시대에서는 퇴직 후부터가 아니라 퇴직 전부터 근검 절약하면서 먼 노후를 대비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다. 

이러한 마음은 결국 소비에 따른 지출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하여 소비도 덩달아 위축된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평균수명이 길어지더라도 적정 수준의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이와 관련해 정부와 경제계·노동계·학계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노후생활 보장에 초점을 맞춘 연금·보험 제도를 개발해야겠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 직장생활 중 노후 보장을 위한 각종 연금·보험금을 일정수준 납부하면 나머지 소득은 마음놓고 소비하더라도 퇴직 후 죽을 때까지 각종 연금과 보험으로 기본적인 노후생활과 의료혜택은 누릴 수 있다는 확신을 국민 모두에게 심어줄 수 있도록 제도를 완비해야 한다.

적정수준의 소비를 진작시키는 것이 경기침체 방지에 필요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평균수명 연장에 따른 고령화 시대는 이미 시작됐으며 인류가 오래 사는 것에 대한 각종 대가를 지불해야 되는 때가 오고 있는 것이다. 그 중 가장 큰 대가로 소비위축에 따른 장기 경기 침체가 일본으로부터 시작돼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고령화시대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 지금부터 머리를 맞대고 훌륭한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결국 우리 후손들에게 가난을 물려주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

정상옥 / 중기청 소상공인 지원센터 (jso56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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