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에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등장해 온정이 쌓이고 있다. 이때 한 쪽에서는 정치비자금으로 인해 속내가 드러나는 일그러진 정치인들의 추악한 모습을 보게 돼 서민들의 마음을 더욱 슬프게 만들고 있다.

지금 중국에서는 2만개 이상의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10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데 국내에서는 실업자 수가 80만명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하였다면 국내실업문제가 이토록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치인들이 민생을 보살피고 국가장래를 걱정하기보다 자신이나 당의 이익을 챙기려는 정쟁을 일삼는 풍토도 우리 기업을 외국으로 내모는 중요한 한 원인이 될 수 있음은 부인 못할 사실이다.

자선냄비, 비자금과 대조 이뤄

정치비자금으로 자신들의 배만 불리려 했던 정당, 정치인들이 그 돈을 풀어 청년실업자들을 구제하려 노력했다면 국내 실업의 문제도 지금같이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서울에서 어떤 사람이 구세군의 자선냄비에 수천만원을 넣고 이름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아직 우리 사회는 따스한 온정이 남아있음을 느낀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명성 드높은 정치인들의 역겨운 행태와 비교를 해보지 않을 수 없다.

소위 기부금이란 명목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그것으로 개인과 정당의 배불리기와 각종 이권 획득에 사용했다 니 이는 그 어떤 파렴치범보다도 가증스러운 짓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국민에게 속죄하고, 법 앞에 석고대죄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준다면 우리 모두가 그래도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을 떼면서 울분을 조금이라도 삭일 수 있을 것이다.

세모가 되어 많은 사회복지단체가 국민들로부터 각종 기부금을 받고있지만 그들은 한푼의 거짓도 없이 모든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정의와 나라를 외쳐대면서도 부정을 은폐하려는 파렴치한 몰골을 부끄러움 없이 드러내고 있는 현실이다.

정치자금이나 기부문화가 이 땅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 관리상의 투명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다. 불우한 이웃을 돕고 나눔의 온정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이 분야도 큰 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난날 일부에서 정치비자금처럼 떳떳하게 집행이 되지 못한 예가 간혹 있어 왔기 때문이다.

기부를 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기부한 돈이 어떻게 쓰여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수천만원을 헌금한 무명의 독지가도 그 돈이 제대로 쓰여지기를 바랄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국민이 행사할 정치상의 권한을 위임받은 대의기구의 정치인들이나 성금을 위탁받은 사회복지 기관의 모금자는 다 같이 위탁받은 업무를 깨끗하고 투명하게 처리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정치인, 자선정신 터득해야

정치자금이 기부금과 다른 점은 정치자금은 기업인들이 자신의 여러 형태의 이권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공되는 검은 돈의 성격을 갖지만 기부금은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조건 없이 제공하는 헌금이라는 점이다.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아낌없이 나의 것을 남에게 나눠주는 것이 기부문화의 본질적 목적이다.

이 땅에 많은 고아들이 외국에 입양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장애아가 국내에 입양되는 사례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도 그렇다. 외국인이 고아를 입양하는 것이 자식이 없거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진정 사랑을 나누고자 하는 나눔의 철학을 몸소 실천하는 훌륭한 사회봉사자들인 것이다.

국민을 위한 봉사자를 자처하는 정치인들은 인류에 대한 사랑을 온전히 보여주는 국내·외 사회봉사자들의 숭고한 정신을 제대로 터득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정길 / 주성대학 전임연구원·문학박사 (jkrhee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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