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잰 까치걸음으로 가고 있다. 여느 때와 다름없지만 연말이라 그런지 마음으로 느끼는 체감속도는 더욱 빠른 듯 싶다. 설핏한 소망 하나씩 품고 출발했던 1월, 그리고 저마다 열심히 살았던 생활, 그 사이 겪었던 숱한 사연들, 이젠 손에서조차 뭔가 내려놓는 아쉬움 탓이리라.

한해의 매듭을 잘 짓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솔직히 얘기하면 시간은 눈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기에 실감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성탄절이 다가오니까 환하게 불을 밝힌 크리스마스 트리로 장식한 집을 창문너머로 보게 된다. 참 아름답다.

올해는 크리스마스 트리 만들 듯 개인이나 각 가정에서 ‘아주 작은 특별전’을 펼치면 어떨까. 생일날 받은 아이들이 만든 앙증맞은 카드, 산에서 주은 솔방울 하나, 학교 미술시간에 정성껏 만든 공작 숙제, 가족·친지·친구와 찍은 사진 몇 장 등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이면 무엇이든 크리스마스 트리에 걸어두고 가족들끼리 도란도란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워보는 것도 좋겠다.

박물관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아주 먼 과거의 역사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척의 시간을 돌아보고 내일의 푸른 꿈을 안을 수 있다면 비록 작고 사소한 일일지라도 소중하다. 그래도 연말이라 마음이 너울대고 뭔가 의미있는 곳을 둘러보고 싶다면 박물관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싶다.

전시실을 돌아보면 천년의 세월을 머금은 유물들을 만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꾸밈새도 없고 뽐냄도 없지만 초라해 보이지 않는 유물들을 보면서 인생도 그와 다르지 않다는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최진숙 / 국립청주박물관 자원봉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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