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흥덕구 수곡2동 주민자치센터는 미니노인복지학교라는 프로그램을 3년동안 운영해왔다. 이 프로그램으로 수곡2동은 지난번 전국 주민자치박람회에서 개별사례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어제는 바로 그 미니노인복지학교 3기생 졸업식이 있었고 93명의 졸업생이 배출됐다. 3월부터 입학해 매주 목요일 3시간 수업으로 진행되는 1년 과정의 학교로 학생은 60대부터 80대까지 있었고 무학에서 대졸자까지 있었으니 그야말로 시공을 초월한 학교였다.

나이가 들면 예쁘건 밉건, 돈이 있건 없건, 많이 배웠거나 못 배웠거나를 불문하고 같아진다고 했거늘 그 말이 실감날 정도다. 처음엔 강의 도중에 휴대폰이 울리기도 하고 병원에 간다고 결석하는 등 학교의 개념이 없이 들쭉날쭉이더니 점점 체계가 잡히면서 병원 일정을 다른 요일로 잡거나 못 나온다고 미리 전화까지 하는 등의 배려가 생기게 됐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듯이 그동안 보고 배운 것이 밑바탕이 돼 병원과 약에 대한 의존도는 낮아지고 적극적이고 활기찬 노후를 즐기는 것이 역력하다. 바쁘게 움직이고 활동하자는 활동이론에 근거해 가급적 많이 움직이도록 역동적인 프로그램을 많이 한 결과 노화를 극복하려는 의식들이 생겼다.

이러한 노인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가 고령화사회라 할지라도 크게 문제되지 않고 오히려 사회에 도움이 될테니 굳이 평생교육이라는 말을 빌지 않고도 노인교육의 필요성은 매우 크다고 생각된다.

노인들의 학습유형을 보면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여가선용형으로 노후의 남는 시간을 활용하는데 쓰고 있다. 이런 유형은 노인대학을 두루 섭렵하는 것으로 자기 만족하는 타입이다. 다음은 자아실현형으로 배운 것을 실행에 옮기는 유형으로 끊임없이 받아 적고 배우려는 욕심이 대단하다. 아주 드물게는 시간때우기형으로 대부분의 강의 시간을 졸거나 멍한 상태로 있는 타입이 있다. 노화의 정도가 심해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거나 평생을 살면서 교육의 기회를 가져보지 못한 경우이거나, 삶 자체가 고달픔의 연속이어서 절대빈곤 상태에 머물고 있는 노인의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유형이야 어떻든 간에 일단 배움의 기회를 갖고 공부의 맛을 보기 시작하면 그래도 조금씩 달라지고 학습욕구가 점점 커진다는 사실이다. 평균 수학 연수가 3년이 되지않는 이들 노인학생에게 이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가장 하고싶은지 발표시켰더니 대다수의 노인들이 공부 많이 해서 출세하고 싶다고 했다. 대부분의 노인학생들이 할머니였기에 더욱 공부에 대한 한이 컸으리라는 짐작이 간다.

무엇보다 한결같은 대답은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살겠다 또는 봉사하며 살겠다는 것이었다. 홀로 사는 노인이 대부분이어서 당신들이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사회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이 잠재해있다는 증거이기도해 훈훈하다.

평생을 오직 자신을 위해선 제대로 살아오지 못한 이들 노인이 가슴 따뜻한 장한 일을 이루었다. 캔꼭지 모으기를 숙제로 내주었더니 동네 쓰레기를 다 뒤져가며 모아온 것이 산더미처럼 쌓여진 것이었다. 미니노인복지학교 졸업식날 이 캔꼭지와, 이것으로 만든 휠체어를 교환하면서 모두가 박수치며 감격했다. 하찮은 캔꼭지가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이들 모두가 다시 태어나도 역시 사회봉사를 하며 살리라 다짐한 하루였다.

한규량 / 청주과학대 노인보건복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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