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남학생이 당뇨병으로 숨진 어머니의 시신과 6개월 동안이나 한방에서 생활해 왔지만 주위에서 아무도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엽기적인 사건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어머니의 시신 옆에서 6개월을 혼자 생활해 온 열 다섯 살 어린 소년의 마음이 얼마나 두렵고 막막했을 것인가.

부패한 시신과 반년을 생활하도록 미성년자를 방치한 비정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이 세밑을 더욱 춥고 쓸쓸하게 한다. 아버지가 숨진 뒤 어머니가 지병인 당뇨병이 악화돼 쓰러지자 학교를 조퇴하며 병간호를 해왔던 어린 소년은 어머니가 숨진 사실을 알았으나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었다.

중학생을 반년간 유기한 셈
집세가 밀려 가스와 전기가 끊겼기 때문에 어둠 속에서 추위에 떨며 지내야만 했던 아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어머니가 숨졌다는 사실보다 숨진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 더 큰 두려움이었다고 했다.

몇 번을 다시 생각해도 기가 막힌 것이 소년의 참혹한 환경을 주변에서 전혀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제자가 장기 결석을 하자 지난 달 한차례 집을 방문한 담임교사는 어머니가 숨져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변명했는데 집안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지만 어머니가 삼 개월 전 돈벌러 가서 방이 너무 지저분하다는 아이의 말을 그대로 믿고 돌아갔단다.

정부양곡이 배달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은 동사무소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이라는 사람도 두 차례 방문했을 때 문이 열리지 않고 우편물만 쌓여 있자 무단 전출 한 것으로 단정하고 지난 9월부터는 그나마 얼마씩 통장에 넣어 주던 정부보조금까지 끊어 버렸다.

집주인 역시 무심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소년의 어머니가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 기척이 없는 것을 예사로 여겼다며 세입자의 집에서 나는 시신에서 나는 냄새도 음식 썩는 냄새이려니 생각했다고 했다.

저마다 그럴듯한 이유를 대고 있지만 결국 똑똑하고 힘있는 어른들이 이끄는 이 사회의 무관심이 전기와 가스마저 끊긴 누추한 골방에 힘없고 판단력 없는 불쌍한 어린 소년을 반년이나 유기한 결과가 돼 버렸다. 

아이의 옆에는 살이 모두 부패해 뼈대만 남아 있는 어머니의 시신이 있었으니 어찌 이 나라를 복지국가라 감히 입 뗄 수 있을 것인가. 더구나 소년은 거리를 헤매는 부랑아가 아니라 소속이 분명한 대한민국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한 중학교의 3학년 학생이었다.

겨우살이를 걱정해서 보일러를 고쳐주러 방문한 선생님에 의해 발견돼 보호를 받게 됐다하나 선생님과 학교는 5월 말 어머니 병간호를 이유로 조퇴한 학생이 학교에 등교하지 않고 있어도 다섯 달 동안이나 학생의 신변을 조사하지 않았다.

집에 전화가 없어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는 학교측의 대답이 바로 우리나라 학교 생활지도의 현실인 것이다. 5개월만에 가정방문을 해서 씻지도 않고 이발도 하고 있지 않은 제자를 만난 선생님은 아이의 거짓말을 그대로 믿고 돌아왔다.

무관심, 인간의 가장 큰 죄악
다른 가족이 없는 편모 슬하의 학생이 거의 반년을 등교하지 않고 있어도 정말 궁금하지 않았는지 아이가 지저분하다며 들이기를 꺼린 방안에 들어가 부패한 시신에서 풍기는 악취의 원인을 왜 확인하지 못했는지 선생님들께 답답한 속사정을 물어보고 싶다.

생활보호 대상자를 관리하는 동사무소 역시 일 처리가 무성의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소년이 사는 이천시 창전동에만 해도 400여명 생활보호대상자가 있는데 그 들을 책임지는 사회복지사가 단 1명에 불과하다니 하긴 담당자만을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 우리의 사회복지 체계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자신의 일이 바빠서 이웃을 미처 돌아보지 못했다는 한 울타리에 사는 집주인의 말은 거의 절망을 느끼게 한다. 한 지붕 아래 사는 사람이 죽어 반년 동안 보이지 않고 눈에 띄는 아이는 몇 달 동안 씻지도 않아 볼 수도 없는 모습이었을 텐데 어떻게 그 집에 쓰레기가 썩고 있나보다 정도의 관심 밖에 없었는가 말이다.

우리들이 이웃에 저지르는 가장 나쁜 죄악은 남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고 무관심한 것이며 그것은 비인간성의 본질이라는 ‘G. B. 쇼’의 말을 다시 생각해 본다.

류경희 / 논설위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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