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보 백보’라는 말이 있다. 누구하나 잘난 것 없이 고만고만하다는 뜻이다.

요즘 정치판을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왜 쟤도 받았는데 나만 혼내느냐’라는 식의 투정도 있고 맘에 안 든다고 밥 안 먹고 떼 쓰는 초등학생 수준의 유치한 행동도 있다.

문득 이문열씨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란 소설이 생각난다. 87년 발표돼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한 시골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우의적 소설로 정치권을 우의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정치판은 우의적이랄 것도 없이 초등학교의 모습 바로 그것에 지나지 않으니 정말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최근 서로 흠집내기 경쟁 외에 정치권의 또다른 이슈는 단연 이라크 파병문제다. TV나 신문 등의 언론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근로자 2명이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은 당연히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여론도 명분론이다 실리론이다 하며 말들이 많다.

뭐 어쨌든 좋다. 파병문제는 국가적인 일이고 상당한 책임이 따르는 일이니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위의 사항들에 대한 정치권이나 국민의 관심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문제들이 가장 중요한 문제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정치인들에 아쉬운 것이 있다면 과연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치의 근본 개념을 알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른바 ‘태평성대’를 이룬 성군들의 공통점은 민생을 가장 우선시 했다는 것이다.

자살률이 한해 10만명당 30명 정도라고 한다. 우리 인구를 5천만명이라 생각하고 500을 곱하면 한해 1만5천명 정도가 자살로 죽는다는 얘기다.

직접적인 살인만이 살인은 아니다. 분명 어떤 이유가 있어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따라서 자살이란 ‘소리없는 살인’이라 할 수 있다. 우리사회 모두가 ‘침묵의 살인자’인 셈이다. 세다툼에 골몰하며 민생을 도외시하는 정치인들은 더욱 책임이 크다.

반재용 / 26·음성군 음성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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