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말의 귀중함을 잘 모르나 이웃 일본인들은 그야말로 경이의 눈으로 바라본다. 동경심 반 시기심 반으로 바라보는 것이 그들의 혼네(본심) 같다.

어떤 일본인은 한글을 마루모지라 부르는데, 한글에 ‘이응(o)’이 쓰여 지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자나 일본어에는 없기에 신기해한다. 일본인들은 한자의 부수를 변형시켜 ‘카타가나’를 만들고 초서체를 본 따 ‘히라가나’를 만든 것으로 한문이 있었기에 ‘카나’라는 문자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가히 한문의 ‘아류문자’로 볼 수 있겠다. 한글 창제 과정과는 발상의 차원자체가 다름에 그들은 한글에 대하여 신비함을 넘어 동경 그 자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기에 일본인들은 한자 문화권이면서도 완전히 다른 한글에 대하여 매우 신비롭게 생각하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영어를 요코모지라 하는데, 횡서로 쓰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종이신문은 대부분 횡서와 종서를 병행해서 사용하나(인터넷은 횡서) 논문은 거의 100% 종서로 써야하며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써 내려간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원래는 종서로 글을 써오던 습관이 있었다. 일본의 이세신궁이 소장하고 있는 한 문헌과 구리거울 명문, 그리고 큐-슈-신사의 한 비석에 한글의 자. 모음과 같은 자도 있고 비슷한 자도 있는바, 이를 그들은 ‘신대문자(神代文字)’라 주장하고 한국의 재야학자 중 일부는 고조선 때부터 사용되던 ‘가림토 문자’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여튼 이는 연구과제로 돌리고 일본에서는 상기의 세 가지를 근거로 한글도 일본에서 모방해갔다고 일부 재야사학자들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 물론 일본의 양심 있는 정통 사학자들은 일본 재야학자들의 주장에 대하여 ‘웃기는 일’이라고 일소해 버리니 그나마 다행이다. 일본에서는 메이지 시대 군국주의의 이론적 토대를 만들기 위해 히라타 아츠타네 (1766~1843)란 인물이 발표한 ‘고사징(古史徵)’이란 책을 최대한 이용하면서부터이다.

즉 히라타는 이 책 속에서 복고신도와 막말의 ‘존왕양이론(천황제를 옹호하고 서양오랑캐를 배격함)’을 주장하면서 일본에 ‘신대문자’가 있었음을 주장한 것이다. 이는 불교와 결합되었던 신도를 불교와 분리하면서 신도의 우수성을 ‘신대문자’라는 왜곡된 이론으로 활용했던 것이다.

일본의 역사학자들은 이를 급조된 이론으로 보며, 이 이론을 메이지 군국주의자들이 이용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왜곡은 쓰시마 도주인 종씨가 조선과의 공, 사 무역을 주관하면서 한글을 배웠기 때문에, 이러한 신비한 문자를 안 히라타가 이를 본떠 일본인이 고대에 ‘신대문자’를 창제해서 썼다고 왜곡했을 것으로 보여 진다.

또 하나의 가능성으로서는 임진왜란 시나 정유재란 시 한반도에서 사용되던 신비롭고 특이한 한글을 흠모하여 한국에 있던 것을 일본으로 가져갔거나 문자를 적어가 비석에 새겨 넣었을 것으로도 판단된다.

하여튼 메이지 때부터 ‘신대문자’가 고대에 일본에서 만들어져 쓰여 졌다는 주장이 범람하기 시작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얼마나 한글에 대하여 경외심이 있었으면 신사나 신궁의 중요 선전물로까지 삼고 있을까. 

현재도 일본인들이 느끼는 한글은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만들어진 신비로운 문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웃 중국조차도 요즘 고구려 역사를 중국의 변방역사라고 우기는 억지 왜곡을 일삼을 뿐 아니라, 한글도 한자에서 유래 됐다는 왜곡이 현재 중국에서 일고 있다고 한다. 가히 중국인들의 비뚤어진 ‘중화사상’이 오늘도 그 해악을 우리에게 끼치고 있다.

장 팔 현 / 충북대 정치외교학과·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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