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아무리 각박해졌다 하더라도 요새처럼 믿을 만한 곳이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눈 감으면 코 베어 가는 세상’이 아니라 요즘은 ‘눈 뜨고도 코 베어 가는 세상’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며칠 전 한 리조트업체로부터 무료로 리조트 회원권을 준다는 전화를 받았다. 몇 번씩이나 거절을 했지만 업체에서는 ‘홍보차원에서 무료로 드리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설득했다. 업체쪽에서 신용정보 확인을 위해 카드번호가 필요하니 불러달라고 해서 무심코 카드번호를 불러준 후 전화를 끊고 생각해보니 ‘아차’하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카드사에 전화를 해서 확인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미 수십만원이 그 업체 이름으로 결제된 것이다. 다음날 카드결제를 취소하려고 업체에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결국에는 담당자와 통화가 돼 구매의사도 밝히지 않았는데 카드결제를 하면 어떻게 하냐며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하니까 카드결제를 취소해줬다.

아내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 휴대폰으로 행운번호에 당첨됐다면서 할인혜택과 항공권을 준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 업체에서도 신용정보 확인이 필요하다며 카드번호를 불러달라고 해서 무심코 불러줬더니 50만원이 결제가 된 것이다. 계약을 취소하려고 전화를 해도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다느니 핑계를 대면서 이리저리 피하기만 했다. 결국 청주YMCA 소비자정보센터의 도움을 받아 계약철회를 위한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물건을 반품시켰다.

이처럼 무료로 회원권을 준다든가 행운권에 당첨됐다면서 소비자를 현혹시켜 임의로 카드 결제를 해 버리는 업체들이 요즘 늘어난 듯 하다. 계약을 철회하려면 연락도 안 되고 소비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정부는 이처럼 불법적으로 영업을 하는 텔레마케팅 업체들에 대해 지도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소비자들도 전화로 물건을 사라는 권유는 한 번 더 확인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선종 / 51·청주시 흥덕구 개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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