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의무 등 기능부대 2천여명과 그에 대한 경비병력 1천여명 등 3천여명 수준에서 검토되던 정부의 비전투병 위주의 이라크 파병에 대해 미국이 전투병을 요구한 가운데 정부도 전투병 파병쪽으로 무게를 두고 이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도 자체 조사단을 이라크 현지에 파견해 조사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추가파병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티크리트 인근에서 발생한 한국인 민간인에 대한 피격사건이 불거지면서 파병했을 경우 우리 군인들의 안전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돼 버렸다. 미군의 경우도 이라크에 처음 상륙해 전투를 수행했을 때보다 요즈음 테러에 의한 사망자수가 더 많다는 사실은 앞으로 우리 국군의 파병 후의 대처방안에 대해 다시금 뒤돌아보게 한다.

우리 헌법 5조는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국군을 파병하는 것이 헌법상의 국제평화의 유지를 위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미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근거로 파병을 요청했다고 해도 한미상호방위조약 1조 ‘당사국(한·미양국)이 국제연합(유엔)에 대해 부담한 의무에 배치되는 방법으로 무력으로 위협하거나 무력을 행사함을 삼갈 것을 약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국제법은 정당한 자기방어 또는 유엔 헌장 7조에 근거해 안보리가 공격을 승인하는 두 가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무력사용을 인정할 뿐이므로 이라크의 공격에 대한 유엔의 요구가 있었는지를 판단해 봐야 할 것이나 미국의 공격에 대해 유엔이 승인한 바가 없고, 미국의 판단 아래 자국에 대한 테러와 연관해 시행된 전쟁이기에 국제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라크 파병이 가져다 줄 국익이 무엇인가를 고려해 봐야 한다. 우리의 젊은 군인들을 타국에서 아무런 명분이나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 없이 희생시키고 파병에 따르는 비용까지 부담하면서 이라크 국민들로부터 침략자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면 이는 매우 불행한 일이다.

6·25 당시 세계 16개국이 원조를 보내온 것은 동서냉전의 시대에 공산정권의 침략적 전쟁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일념에서였다. 때문에 공산월맹이 자유월남을 침공했을 때 우리나라도 1964년 7월18일부터 1973년 3월23일까지 8년 8개월간 8개부대 31만2천853명을 참전시켰다. 양민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전투보다 대민 지원사업을 우선했으며 전사 4천960명, 부상 1만962명의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정부는 월남전 파병을 외교교섭에 최대한도로 활용해 ‘브라운 각서’로 알려진 양해각서에 따라 미국으로부터 월남전 기간에 약 10억 달러의 수입을 전쟁특수(特需)로 올릴 수 있었으며, 이것을 바탕으로 한강의 기적이라고 하는 근대화의 초석을 놓을 수 있었다.

국제평화를 목적으로 한 전투부대가 아닌 공병이나 의료지원단과 같은 부대를 유엔의 요청에 따라 유엔평화유지군(PKF)으로 파병하는 것은 국제적으로나 피파견국의 입장에서 봐도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우리의 비용으로 타국의 전쟁에 아무런 명분없이 피 흘리며 싸워야 하는 것은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한다.

특히 우리의 이익을 배제한 채 미국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려는 의도에서 전투병 파병을 결정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고 전투병은 우리가 파견한 비전투병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 의해서만 파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강대식 / 청주대 법과대학 겸임교수(law3000200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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