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권재판소가 자신들의 사생활과 결혼에 관한 권리를 침해했다는 영국인 성 전환자 두 명의 주장을 받아들여 영국 정부로 하여금 이들에게 6만2천 유로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토록 결정해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작년 7월에 있었던 희한한 판결에 크게 각성했음인지 며칠 전 영국은 자국의 성전환자들이 앞으로 전환한 새로운 성(性)으로 결혼을 할 수 있게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성전환자를 위한 새로운 법안을 공포했다.

성전환자의 출생신고서 성별 기재내용 변경을 허용치 않는 등 유럽국가 중에서 마지막까지 성전환 문제에 대해 보수 입장을 보여 왔던 나라가 영국이었던지라 성전환자가 완벽하게 새로운 성으로 살겠다는 서약을 제출할 경우 법적 성전환을 인정한다는 이번 법안에 대해 세계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물주가 정하여 내린 대로 따르던 성을 인간이 임의로 바꾼다는 일은 아무래도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호기심으로 슬쩍 곁눈질 해 넘길 신문 한 구석의 토픽거리쯤으로 여기며 그저 남의 나라 일이거니 했던 성전환의 문제가 더 이상 생소하지 않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 되어 버렸다.

성전환자임을 오히려 간판으로 내세운 연예인이 거부감 없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고 그를 닮고자하는 트랜스 젠더 들이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방송 연예계 등을 기웃거리고 있는 것이 이제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트랜스 젠더(Trans gender)란 남성 또는 여성으로서 부여받은 성을 지니고 태어났지만 자신을 반대 성의 사람이라고 여기며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이들을 가리킨다. 자신이 원하는 반대의 성으로 살기를 열망하는 것이 트랜스 젠더 들의 이상이지만 그들 모두가 모두 성전환수술 받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트랜스 젠더 중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을 트랜스섹슈얼(Trans-sexual)로 세분하기도 하는데 국내에 3천 여명 정도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트랜스 젠더를 남성 동성애자인 게이(Gay)나 여성 동성애자인 레즈비언(Lesbian)과 같이 생각하기 쉬운데 게이나 레즈비언은 생물학적으로 같은 성에게 육체적, 감정적 사랑을 느끼는 사람들이며 성적 지향성만이 동성에게 향해 있을 뿐이기 때문에 트렌스 젠더와는 차이가 있다고 하겠다.

게이, 레즈비언이나 트렌스 젠더 등과 같은 용어가 낯설지 않을 만큼 동성애자에 대한 시각이 변했다 하나 성이 개방된 외국의 경우에도 종교계의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은 변하지 않고 있다. 보수적 일부 교단에서는 그들의 성적 성향을 종말의 징조 중 하나로 여기며 혐오하기도 한다.

사실 트랜스 젠더라고 밝힌 한 연예인이 처음 매스컴에 등장했을 때 그를 여자로 선뜻 인정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러나 이제 법적으로도 여자가 되어 선천적인 여성보다 더 적극적으로 여성적인 삶을 사는 여자인 그녀를 굴절된 시각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즉 우리 사회에서 트렌스 젠더가 외면당하거나 비난받을 비윤리적이고 특이한 집단이 아닌 평범한 대중의 한 부분으로 점차 이해되고 있는 것이다.

‘트랜스젠더’(Trans gender)는 trans와 gender가 합쳐진 합성어이다. 보통 성을 뜻하는 ‘sex’라는 단어는 생물학적 성을 의미하는데 반해 ‘gender’는 사회적 성에 대한 의미를 가진다. 부여된 성이 아닌 선택한 성이 젠더이기 때문에 트랜스 젠더들의 성은 불완전한 성일 수밖에 없다. 사회적 성별이 바뀐다 해도 생물학적 성의 특징은 잃어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서던 컴포트’는 이러한 트렌스 젠더들의 괴리감과 고통을 극렬하게 일깨워 주는 수작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 내레이션은 과연 나와 다르다고 해서 상대를 배척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하는 화두를 우리에게 던져 주고 있다.

“왜 그렇게 세상을 좁게 보죠? 자연은 다양성으로 기쁨을 주잖아요. 우리도 그와 다를 바 없어요.”                                                                                                                                                       류경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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