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김주란 청주시립남부도서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프란츠 카프카의 말이다. 최근 읽었던 더글라스 러미스의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사진)이 책은 경제성장에 대해 오랫동안 굳게 믿어왔던 나의 인식을 깨는 카프카의 도끼가 되었던 책이다.

세계적 경제위기와 일본의 우경화를 비롯해 한반도의 평화가 우려되는 이 시기에 우리가 닥친 어려움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유익한 논제를 많이 담고 있기에 여기 소개한다.

지난 20세기, 세계를 지배한 가장 강력한 이데올로기는 경제성장 이데올로기였다. 러미스 교수는 이 검토되지 않고 맹목적인 신앙으로 자리 잡은 경제발전 이데올로기를 새롭게 살펴보라 말하고 있다. 왜 우리는 전대미문의 경제성장을 거두고도 여유롭고 풍요로운 삶으로 이어지지 못하는가? 저자는 경제적 풍요는 반드시 누군가의 착취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세계화는 과거의 식민주의나 제국주의와 다른 것이 아니며, 빈곤은 결코 없어지지 않고 끊임없이 재생산된다는 것을 역사적인 사례를 들어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모두가 고개가 끄덕여지는 설명이다. 특히, 콜롬부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그곳에 제국의 자본주의를 뿌리내리게 하기위해 고군분투한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따끔한 교훈이 담긴 우화 같다. 콜롬부스는 그 곳 원주민들을 임금노동자로 만들 수가 없었다. 아무도 장시간 노동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들은 소비를 알지 못했고, 자족할 줄 알았으며 일주일에 서너시간만 노동하고 대부분을 노래하고 춤추고 예술 활동을 하고 싶어 했다. 그들을 임금노동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의 삶의 터전을 없애고, 노예로 만드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여기에서 우리의 모습을 비춰본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일과 많은 소비에 중독돼 있다.

가난이라든가, 부유함이라는 개념을 우리는 경제적 개념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개념이다. 우리는 공동체의 정치적 선택과 판단에 의해 결정해야할 것들을 경제적인 문제라고 오인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저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으로 제로성장과 대항발전을 이야기한다. 대항발전은 줄이는 발전이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각자가 경제활동에 쓰는 시간을 줄이고, 경제 이외의 것들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성장을 최고로 삼았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공생공존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아가자는 주장이다.

이를 위한 개인적인 실천으로는 경제활동에 쓰는 시간을 줄이고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간을 늘리자고 제안한다. 경제 이외의 가치, 경제 활동 이외의 활동, 값이 매겨져 있지 않은 일의 소중함, 사고 파는 일에 관계없는 활동의 가치를 되새겨보자고 한다. 소비를 하며 느끼는 행복보다 직접 생산하는 기쁨을 되찾으라는 말도 인상 깊다. CD를 사는 대신 직접 노래를 부르고, TV로 춤추는 사람을 보는 대신 직접 춤을 추라고 권한다.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것들을 다시금 점검해 봐야할 것들이 담겨있다.

쓰여진지는 1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절실히 다가오는 내용들이기에 결코 진부하지 않다. 남는 것은 진심가득한 공감과 행동에 대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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