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자나깨나 어수선한 요즘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정치권과 노사는 갈등과 대립의 날을 세우고 있다.

국민화합은 요원한 것일까. 올해 8·15행사는 친미와 반미로 나뉘어 반쪽 행사가 되어버리는 등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오늘날의 현실을 그냥 모른 체하고 지나치기엔 문제가 크다. 일부에선 발전을 위한 진통이라 하지만 골의 깊이가 너무 깊어 서로에게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길 것 같아 우려된다.

노사문제, 남북문제, 교육문제 등 어느 하나 대립의 양상 아닌 것이 없을 정도로 첨예한 오늘날의 모습이 향후 한국의 미래를 더 한층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지, 그렇지 않으면 국력을 허비하여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우를 범할지는 지나봐야 알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세계 각국들은 우리의 자중지란을 부추기거나 지켜보기만 할 것이란 점이다.

초등학교 시절, 겨울철이면 얼어죽은 사람 위로 거적을 덮어놓은 모습을 여러 번 봤을 정도로 60년대의 겨울은 가난에 찌들어 힘들고 을씨년스러웠으나 빠른 경제성장으로 요즘은 한 겨울에도 반팔 차림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삶이 풍요로워졌다.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되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지만 아직도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교육제도와 사회보장제도 등 여러 분야에서 많은 격차가 난다.

자력으로 대등하게 선진국들과 견줄 수 있을 정도의 힘을 키우지 못한 상태에서 이제 좀 살게 됐다고 내 몫만 챙기려는 아집으로 일관한다면 우리 스스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성장정책 속에서의 분배정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청년실업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문제시 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일자리도 늘리고 복지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남북한 대치상황이 종식되지 않는 한 우리나라는 여러 면에서 한계를 지닌다. 당장 남북간의 미묘한 문제가 발생하면 주가가 폭락하고, 외국 자본이 들썩인다.

그렇기에 남북 문제는 어떻게든 풀어야 하는 절대절명의 과제이나 미군철수와 반미 주장은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 우리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국익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차근차근 대화와 협력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따라서 내 편, 네 편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여야 한다.

이라크 전쟁은 우리에게 세계 여러 나라들이 이해 관계에 의해 움직이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라크 전쟁을 반대했던 프랑스와 독일이 종전 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따라서 반미구호로 우리가 얻을 득실을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자국의 이해득실이 우선이지, 한국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지 않음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하이닉스를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미국과 유럽은 하이닉스 목조르기에 열심이듯이 내실을 튼튼히 하지 않으면 존립자체가 힘겨운 시대에 살고 있다. 남북문제를 비롯한 우리나라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온 국민이 지혜를 모아도 힘에 겨울 판에 허구헌날 대립으로 국력을 소진시켜서야 말이 안된다.

우리는 지금 현실을 직시하고 감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노무현 참여정부가 들어서고 사회 각 분야에서 분출되는 세대간, 계층간의 이해관계에 있어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키는 일이 없도록 노 대통령의 정치력과 국민의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우리나라 미래의 명암은 우리의 지혜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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