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유럽의 고대 도시나 군주시대의 도시들은 현대 도시와 달리 극히 한정된 사람에 의해 계획되고 건설됐다.

정치·사회적으로 모든 사회의 구조가 절대적인 신이나 지배자를 정점으로 구성해 도시의 형태나 구성도 이를 위한 것이었고, 계획의 목표나 절차도 단순했다.

또한 현대와 달리 도시 구성원도 그리 많거나 복잡하지 않아 몇 사람이 계획하고 건설할 수 있는 규모였다.
이것이 ‘컴팩트 도시’의 개념으로 모든 정주 환경을 보행 거리 내에 배치하는 것이 원칙이며 가장 중요한 공간을 중심으로 공공 공간을 정점으로 해 방향별로 기능적 시설을 밀도 있게 배치하고 인공적인 공간과 자연적인 공간의 명확한 구분을 통해 자연으로의 무분별한 확산 방지 및 관리 영역을 분명히 하는 계획 및 설계 기법이 주로 사용됐다.

이런 도시공간구성의 개념은 시간의 흐름 속에 인구 및 산업의 집중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급속하게 확장하고 구성 요소 역시 다양하게 되었다.

이는 도시 계획이나 설계의 기법과 과정의 새로운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고, 또한 도시 건설이 점차 많은 전문가와 단체 혹은 기관의 참여를 의미하는 것이 돼버렸다.

따라서 현재 인간의 모듬살이 터인 도시는 많은 계획적 요소와 공간 구성 요소 그리고 관리 기법이 함께 어우러져 종합적으로 운영되는 거대한 유기체이며, 이는 한 사람에 의해서도, 한 시대에 의한 것도 아닌 첨가적인 사고가 통시적으로 전개돼온 결과의 산물이다.

이런 도시형성 과정을 볼 때 많은 계획가와 설계가, 관련기관이 참여해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여 거대한 도시를 형성하게 되었다.
따라서 현대적 의미의 도시 개발이나 도시 계획은 많은 참여 인원과 오랜 기간, 그리고 의견 수렴을 포함한 사업의 진행 과정이 3대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 상황은 어느 것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도시의 관리자가 바뀌면 모든 계획이 원점에서 시작되고, 거대한 도시의 상을 몇 년 사이에 이루기 위해 무리한 공사를 추진한다. 그리고 기존의 제도와 행정을 교묘히 이용해 하나의 요식 수단으로 사용하고 결과만을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일이 흔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우리의 도시 환경은 과거와 단절, 건물 간의 단절, 그리고 문화적 단절 현상을 보이고 있고 특징보다는 ‘평범함’이, 개성보다는 ‘획일성’이, 그리고 계획보다는 오히려 역설적으로 ‘계획적 무계획의 도시’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jhwang@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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