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필자는 목놓아 울고 또 울고 싶은 날이다. ‘시일야방성대곡’을 넘어 ‘시일야방성통곡(是日也放聲慟哭)’을 해야 할 것 같다.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 그렇게 방일을 말렸건만 노 대통령은 국익을 위한다고 현충일날 일본으로 떠났다. 아니나 다를까 일본 정부는 노 대통령이 도착하기 1시간 20분전인 낮 12시20분 ‘유사법제’ 관련 3법안을 기다렸다는 듯이 참의원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러한 외교적 무례와 결례는 역사상 그 어느 나라에도 없다. 일찍이 말하지 않았던가. 일본은 장기적인 플랜을 짜놓고 무대를 만들어 한국 대통령을 초청했다고. 이런 음흉한 계획에 너무 순진하게 그 무대에 맞춰 춤추러 갔는가.

굳이 6월3~6일까지 잡혀있던 방일 일정이 일왕이 바쁘다는 핑계로 그의 일정에 맞추느라 현충일로 늦춰지고 국빈으로 격상해 초청한다 하니 감지덕지 일본의 간계에 넘어간 것은 아닌가. 그것도 1965년 엉터리 한·일 협정을 맺으면서 ‘독도 폭파 발언’을 한 친일 노 정객에게 부탁했다니 외교통상부의 외교력에 놀랄 따름이다.

우리에게는 현충일이요, 일본 우익 정치가들에게는 경사 날이자, 잔치 날 이었다. 여성편력으로 유명한 자민당의 우익 정치인 야마사키 타쿠(山崎拓)조차 유사법제 통과를 찬양해 ‘감개무량하다’고 떠벌릴 정도였다.

이럴진대 윤 영관 외교통상부 장관 은 아소 타로오 일본 정조회장(政調會長)이란 자가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원해서고, 한글은 일본인이 가르쳤다’라는 등 망언을 퍼붓는 데에도 불구하고 ‘일왕 방한을 추진하겠다’하고 ‘일본 문화를 완전 개방하겠다’는 등 넋 나간 팔푼이 짓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8년이 넘게 일본 고대사를 전공했던 필자가 보아도 일본의 ‘유사법제’는 그 최종 목적지가 한반도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는 역사적으로 고대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체계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일본 우익 인사들의 사상이다.

그 시초는 ‘임나일본부’라는 왜곡 기술로부터 시작된다. 고대에는 백제와 가야가 주체가 되어 왜군을 끌어 들였으나 일본은 일본이 주체가 되어 남한지역을 지배했다고 왜곡함으로서 이후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임진왜란이나 정유재란이 아무 죄의식 없이 이루어졌고 메이지 시대에는 ‘정한론’에 이어 급기야는 한·일합방으로 이어진 것이다. 남한지배 사상인 ‘임나일본부’로부터 중세에는 국학자들에 의해 황국사관이 체계화되고 이는 오늘날의 우익인사들이 철저하게 신봉하고 따르는 사상이요, 종교다. 일본 우익정치가들이 이런 상황인데 너무나 단순한 한국 정치인이 과거는 묻지 않고 오히려 미래를 얘기하자고 선수를 치고 있으니, 일본을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 처사다.

어찌하여 변함없는 일본의 우익 정치인에게 친근감을 느낀다느니, 고이즈미와 자신은 닮은 점이 많다느니, 이번 방일을 앞두고 고이즈미 일본 총리에게 거는 기대가 크며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고이즈미의 덕 좀 보고 싶다는 등 대통령으로서는 어울리지 않고 체통도 없는 발언만 하고 있으니 ‘오호통재’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은 지금 0.01%도 안 되는 우익정치인과 사상가들이 이끌고 있으며 이를 300만 명의 ‘전몰가족 유족회’가 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소수인 이들이 일본을 이끌고 있음에 우리 정치인들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무엇보다 60년대부터 80년대에 일었던 민주 자유사상도 불황과 함께 사라지고 이제는 1940년대와 같은 전시 동원체제 같은 유사법제까지 만들어졌다. 이는 명백한 ‘전쟁준비법’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