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경기침체에다 사상 유래 없는 흉작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추석연휴에 강타한 태풍 ‘매미’에 의해 찢기고 할퀸 농민들이 시름에 잠겨있다.

이번 태풍으로 인해 인명 및 재산 피해가 크고 일조량이 부족해 병해충에다 작황을 걱정하던 농민들은 태풍이 휩쓸고 간 물에 잠긴 논과 밭, 흙탕물의 채소밭, 과수밭에 나뒹구는 낙과를 바라보는 농심(農心)은 마치 숱 덩이처럼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농민들은 잦은 비로 올해의 농사를 망친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추석연휴기간에 엄청난 피해를 몰고 온 태풍으로 “올 농사는 들녘에 ‘쭉정이’만 가득한 채 수확할 것이 별로 없다”며 탄식소리만 커져 가고 있다.

“국가 지도자와 정치인들이 추석연휴 민심을 파악했다고는 하지만 도시와 농촌의 민심을 제대로 읽어 국정난맥상을 바로 잡는 돌파구로 삼기나 할는지….”

추석연휴기간동안 가족 등이 삼삼오오 모였다하면 국정 난맥상 등 모두가 한결같이 국가 안위를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농민과 도시서민 등의 생활고 등을 걱정하기는커녕 자신들만 살겠다고 싸움질만 하다 결국 분당에 이르렀고, 행정자치부장관 해임안 처리, 부안 방폐장 유치와 관련해 군수폭행사태,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향응사건, 권노갑씨 등 정치인 천문학적인 뇌물수수, 노사분규, 이민열풍 등 정치권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어느때보다도 높았다.

농민들은 평생 농사를 짓고 살았어도 올해 같은 해는 처음 겪는다고 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내리는 비로 인해 역병과 탄저병 등으로 벼농사와 고추농사를 모두 망쳤고, 다른 농작물 역시 일조량이 부족해 쭉정이만 남아 건질 것이 없어 일부 농가에선 수확을 포기하고 갈아엎기까지 했다.

한 농민은 추석 쇠러 온 자식들에게 고추 한 근 쥐어 보내지 못하고 보니 올처럼 농사일을 후회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농민들은 일년 농사를 잘 지어야 부채를 갚고 자녀학자금 등도 마련하는 데 수확할 것이 없으니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태풍이 할퀸 농경지와 가옥이 몰에 잠기고, 다리가 끊기고, 국가 기간산업이 태풍에 힘없이 무너지고, 어지럽게 뒤엉킨 채 방향타를 잃은채 표류하고 있는 ‘한국호’와 같은 형국이다.

국내경제가 IMF당시 보다 더 침체돼 도시서민들은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고, 대학생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이민열풍과 함께 기업은 노사문제로 공장 문을 닫고 해외이전 명분만 찾고 있는 가운데 맞은 추석연휴는 정겹고 즐겁기는커녕 ‘고속도로 정체’만큼이나 답답하고 짜증스럽다.

정부는 분배의 실현을 통해 빈부격차를 줄이고, 도시서민들의 생계대책 및 일자리 창출, 실직자 대책, 노사문제해결, 부동산가격 안정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그리 전망은 밝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탄만 할 수는 없는 일이고 보면 태풍피해를 입은 농촌과 국가기간산업 등에 대한 재기의 삽질을 시작해야 한다.
국가 지도자와 정치인들은 이번 추석 민심이 무엇인지를 읽었을 것이다. 정치인들은 혼란스런 국정난맥상을 추스르고 올바로 잡는데 여야를 떠나 국가의 시급한 현안을 풀기 위한 대화의 장부터 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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