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람의 정원에서 크게 각광을 받고 있는 소나무가 있는데, 500년 된 소나무가 석자 밖에 자라지 않았다고 한다. 그냥 분재로서의 가치는 있는지 모르지만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500년이면 왕조가 몇 차례 바뀔 수 있는 세월이고, 강산이 변해도 수 십 번씩 변하고 세계 지도가 수 백 번 달라진 기간이다. 그런데 그 동안 석자를 자라고도 나이 먹은 것을 자랑하는 그 소나무는 제구실을 못한 불쌍한 나무다. 그 나무가 석자 크는 동안에 수 많은 다른 소나무들은 궁전 제목이 됐고, 바다의 배(船舶)가 됐으며 천천 만만 가지의 가구가 됐는데, 하룻밤 군불감도 못되게 자랐으니 마땅히 조물주를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사람이나 기관이나 나라의 가치와 명예는 결코 그 연령이 많은 자체에 있지 않고, 연령과 역사가 흐른 것만큼 이에 수반되는 성장이 있어야 한다. 빨리 자란 사람은 늦게 자란 사람을 지배하고 크게 성장한 나라는 작게 성장한 나라를 지배한다. 제발 한국 역사를 5천년이니 반만년이니 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5천년이 되려면 아직 정확히 667년이나 남았다. 해방되던 해부터 58년 동안 줄곧 5천년 역사를 말해 오면서 남의 나라의 간섭과 지배를 받아왔지만, 이제 건국 200년을 넘긴지 오래지 않은 미국은 세계를 지배하고 있지 않는가. 이것은 연령의 차이가 아니라 성장의 차이다.

물론 끈질기게 거대한 대륙에 큰 나라에 붙어 있는 반도로서는 오늘의 남한만이라도 이만한 경제성장과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이룬 것은 자부심을 갖게도 한다.?그러나 아직 자만하기에는 너무나 이른 부분들이 많다. 남북 분단의 아픔이 남아 있고, 그나마 북쪽은 근래에 수백 만 명이 굶어죽고, 지금 비참한 거지꼴이 됐으니 한심하고 기가 막히고 통탄할 일이 아닌가.
최근에 많은 뉴스마다 어두운 소식만 보이고, 경제는 어렵다고 하는데도 부유층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치와 낭비를 일삼고, 음란문화는 하늘을 찌르고, 가뜩이나 어려운 형국에 노사문제(조흥은행 사태, 지하철 노조 파업 등)는 국가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치한다는 사람들은 서로 당리당략에만 눈이 어두워 있고, 도무지 국민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채소 농사를 지은 농민들이 배추밭을 갈아엎어 버리는 모습을 보고 참으로 가슴 아픈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지금은 항상 세계경제가 맞물려 있다.미국이 기침을 하면 일본은 감기가 걸리고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고 하지 않는가. 뉴욕 증시의 영향이 전세계에 파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이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직하고 성실한 국가 경영과 국민 생활양식이 절대적으로 요망된다.
역사만 자랑하다가는 그 자랑과 자만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릴 수가 있다. 지구촌의 많은 나라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을 그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 때 그토록 찬란했던 로마제국의 멸망만 보더라도 우리는 그 사실을 잘 알고도 남는다.

이제 우리 온 백성과 국가 경영자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겸허한 자세로 아름다운 민주사회 부강한 나라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무엇보다도 정직한 국민, 부지런하고 검소하게 모든 자원을 아낌으로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일함으로써, 진정으로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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