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모 신문의 보도는 우리사회가 아무리 도덕불감증에 만연돼 있다 하더라도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
보도내용은 전직 한 세무서장의 집에서 빳빳한 현금다발과 상품권, 고급 양주 200여 병이 무더기로 쌓여 있었으나 이 세무서장은 수사관에게 어디서 받았는지조차 기억해내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생산 가게를 고양이에게 맡긴 셈이 되고 말았다.
모 인터넷 게시판의 글은 더욱 한심하다.
“구멍가게를 운영할 땐데, 하루는 세무서 담당자가 장모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그러니 100만원을 꿔 달라고 했다. 없다고 했더니 50만원이라도 좋으니 다음달에 준다며 꿔달라고 졸랐다. 안 꿔주면 계속 시달릴 것 같아서 할 수 없이 돈을 빌려 줬더니 돈을 갚기는커녕 그는 그 다음날에 전근을 가버리고 말았다. 그 후로부터 세무서직원이라고 하면 ‘이리 또는 승냥이’처럼 생각할 정도”라며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아직 우리사회에는 좋은 사람이 더 많겠지만 부패가 정도를 넘었다고 본다. 그 윗사람들은 오죽 할까 만은 어디 양주뿐이겠는가.”
국토관리청이 발주해 도로공사를 수주한 한 건설회사대표는 최근 인사이동으로 자리를 옮긴 담당공무원으로부터 당한 생각만 하면 분통이 터지고 화병까지 얻었다.
그는 “윗사람에게 써야한다”면서“봉투 5개를 만들어 오라”는 말에 이 사장은 순진하게도 봉투 다섯 개를 만들어 그에게 내밀었다. 그 다음날 그 공무원은 타지방으로 자리를 옮긴 사실을 확인한 순간 배신감과 함께 뒷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아무리 우리사회가 막돼가더라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하는데 해도 너무 한다. 이럴 수가 있느냐”며 하소연을 했다.
술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한 기업체 임원의 넋두리다.
봄부터 가을까지가 성수기인 주조공장에 휴가철만 되면 담당 세무공무원이 찾아와 “고급 승용차를 요구한다”고 했다. 이 회사로서는 그 공무원이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그가 원하는 뇌물(승용차)을 줘야 공장이 굴러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하도급업체에 대한 원도급업체의 횡포는 상상을 초월한다. 기업체는 밝힐 수 없으나 삽 하나 없는 원도급체가 적자를 보거나 말거나 수백억원대의 공사를 낙찰금액의 50∼60%에 하도급을 준다는 것이다. 하도급업체 역시 적자를 면하기 위해 구조적으로 부실공사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필연적이다.
하긴 의경으로 제대한 한 친구는 “군제대하기전에 집 한 채 못 사면 ‘병신’소리를 듣는다니까 할말 다했지. 세금도 유전무죄, 있는 놈은 뇌물을 주던가 법을 교묘히 이용해서 빠져나가고 없는 놈은 100% 내야하는 게 지금 우리실정”이라는 (믿거나 말거나)푸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렇듯 우리사회는 부정부패의 만연으로 공무원 윤리규정과 대국민 청렴서약이 훼손되고 특정인의 배만 불린 채 세금이 줄줄이 새고 있는 것이다. 부패와의 전쟁이 무색하게도 도덕적 해이가 특정분야에서 국가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하겠다.
한국의 국가부패지수는 91개국 중 42위로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에 머물고, 소수의 기업가와 공무원들 때문에 전체가 욕을 먹고, 항상 정의와 진실은 부정(不正)에 가려 있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약삭 빠르지 않고 정직한 공무원이 많다는 점에서 거시적으론 반드시 부정의 뿌리가 뽑히고 만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다.
최근 부패방지위원회가 발표한 ‘청렴도’에서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이 상위를 차지해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공무원들이 이에 만족해 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청렴도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