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우연히 우리나라의 미래와 희망을 봤다. 서울에 올라갔다가 몇 권의 책을 사기 위해 교보문고에 들렀는데 서점 안을 꽉 메운 사람들. 이것이 바로 내가 본 희망이었다. 서점에 사람들이 들어차 있는 것이 뭘 그리 대단하다고 우리나라의 미래니, 희망이니 호들갑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라의 분위기가 이렇게 어수선하고 암울해 온갖 엽기가 판을 치는 요즘같은 세상에 책을 읽으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희망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층이 책을 가까이 한다는 사실은 디지털시대에 왜곡될 수 있는 지식의 편중현상을 상쇄시킬 수 있기에 더욱 값지다.

물론 책이 당장 눈에 보이는 뭔가를 우리에게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책이라는 건 가능성을 만들어준다. 흔히들 독서를 말할 때 지식을 얻을 수 있고 경험을 풍부하게 해주며 마음의 양식이 된다고 한다. 100% 맞는 말이고 공감한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면 책이란 건 묘한 매력을 갖고 있어서 온갖 영상매체와 스피드에 익숙해져 있어 한껏 들뜬 상태의 우리를 차분하게, 정서적으로, 그리고 사유하는 인간으로 바꿔주는 능력이 있다.

또 그 사유를 통해 인간은 개성적으로 각자 개별적인 독특한 존재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턴가 생각하기를 귀찮아 하게 되다보니 별 생각없이 말하고, 행동해 타인에게 상처주고 좀 더 심하면 범죄행위까지 서슴지 않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생각을 깊게 하지 않는 데다 많은 양의 정보를 똑같이 누구나 영상매체를 통해 접하다 보니 사고 자체가 천편일률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도를 여행한 친구를 통해 그곳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인도’ 하면 힌두교, 소, 가난, 정신세계, 간디, 불교 등 많은 것을 떠올릴 수 있지만 우선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다는 가난이 떠오른다. 가난 때문에 여행객들에게 그리 쾌적한 나라는 아니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난하고 지저분한 나라를 전세계의 여행객들이 끊임없이 찾는 이유는 뭘까. 그곳을 여행한 사람들의 말을 통하면 그곳엔 다양성과 정신이 살아있단다. 어느 지역엘 가도 그곳만의 독특한 문화가 살아있어서 그 다양한 문화를 접하다 보면 불편함 따윈 잊을 수가 있단다. 극심한 가난으로 인한 더러움과 불편함을 말끔히 떨쳐낼 수 있을 정도의 다양하고 신비한 문화체험이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어느 지역엘 가도 천편일률적인 이 땅에 살고 있기에 그 이야기를 들으며 부러울 따름이었다. 그 친구에 의하면 그곳은 말 그대로 정신이 살아있는 나라, 사색과 명상의 나라란다. 그러니 당연히 다양한 문화가 화려하게 꽃피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가 다양하고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으려면 우선 그 준비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려면 사회가 차분하게 정돈되고 사색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이런 생각으로 교보문고를 꽉 채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희망을 본다.

우리 지역을 정말 살맛 나고 정신이 살아있고 문화가 있는 사회로 만들기를 원한다면 우선 책을 읽는 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말로만 직지의 고장이 아니라 문화로 승화시켜야 향기나는 청주로 거듭날 수 있다. 돈타령보다 사고의 힘을 느끼고 키우는 청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8654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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