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이 높았던 시절 사회복지의 주관심사는 고아원 영아원과 같은 영유아 및 아동보육시설이었다.

1960년대만 해도 가임여성 1인의 평균출산율은 6명이었으니 육아에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듯 사회문제는 사회 내에서 다수의 구성원이 동일한 문제를 겪을 때 문제화되고 그 문제의 원인이 개인 밖 즉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에 의해 대두될 때 가시화된다.

오늘날 가임여성 1인이 1.3명이라는 세계 최하의 출산율을 자랑하기에 이르렀다. 그에 반에 평균수명은 점점 증가하여 노인인구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인구구조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대책 없이 노인인구는 증가하여 다수의 노인이 빈곤, 질병, 무위, 고독이라는 문제를 겪고 있음은 실로 사회복지의 최대 관심사라 아니할 수 없다.

노인이 겪는 문제는 인간이 겪는 생, 노, 병, 사의 4대 고통 중 노,병,사 3가지를 같은 시기에 한꺼번에 겪는 일이라 하겠다.

9월 11일은 세계 치매의 날이다. “남편은 우리의 결혼기념일을 잊곤 했습니다. 그런데 당신의 생일을 기억하지 못합니다.”라는 슬픈 한국치매가족협회의 문구가 이제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치매환자 통계를 보면 노인인구의 8%이상이 치매환자로 추정되고 있다.

게다가 85세 이상의 노인이 되면 그 중 46%가 노인성치매로 예상된다. 즉 85세 이상의 노인 중, 반은 치매환자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치매로 인한 개인 및 가정과 사회의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회에서 인식하는 심각한 정도는 매우 약하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세 가지로 말할 수 있다.

하나는 내가 아직 젊어서 또는 늙었다 하더라도 “나는 치매 같은 거 걸리지 않아!” 하는 생각이고, 두번째는 “치매에 걸린 장본인은 치매에 걸린 줄도 모른다는 사실”이고, 세 번째는 늙으면 나타나는 “노망 또는 망령 현상”이라고 생각하여 숨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병은 사방에 알려야한다는 속담이 있지만 치매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심각성이나 폐해가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없이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우리나라 노인인구 중 30만 명 가량이 치매인구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조사해 보면 아마도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치매환자가 있을 것이다. 치매의심이 되는 환자가 초기에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으면 치매로 인한 문제를 줄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 이유는 고가의 검사 비용에다 치매환자로 판명이 된 이후에 치료를 위해 처방되는 약 값이 의료보험의 혜택이 없어 큰 비용을 지불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치매환자의 뇌신경세포는 거의 말라죽어 동물의 뇌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고 그 이후에 일어날 일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치매발병 이후 치매환자가 살 수 있는 평균수명은 8년에서 12년까지로 잡고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20년 연명한 경우도 있다. 더 이상 다수의 치매환자를 가정에서만 방치해서는 안될 수준에 이르렀다.

사회가 이것을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장애등급화하여, 의료보험의 혜택은 물론 환자를 보호하고 있는 가족에게도 장애자수당이 지급되어 정신적 보상을 할 때가 된 것 같다. 이를 위한 법제화 서명운동에 동참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krhan@cjn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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