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주위에서 장래가 촉망받을 교수가 될 것이라는 찬사를 받던 백모씨의 자살은 어쩌면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월 40만원의 강사료를 가지고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절박한 현실에서 얼마나 심적인 부담이 컸으면 그동안 평생의 꿈을 향해 어렵게 헤쳐온 길을 포기하고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극단적인 길을 택했을까.

시간강사들은 스스로를 ‘보따리 장수’ 내지 ‘반쪽자리 실업자’라고 자조 섞인 말투로 자신을 비하하고 있다는 것은 시간강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를 부여해 준다. 시간강사들의 처우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김대중 정부시절에도 한완상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교수확보율을 75%로 올리고, 강사료를 인상하며, 전국의 모든 시간 강사에게 퇴직금과 국민연금, 의료보험혜택을 주는 등 생활안정대책을 추진한다고 보고했으나 현재 이루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 정부가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를 높이려고 애를 써도 국립대학교가 아닌 사립대의 경우도 교육인적자원부의 권고사항에 그치는 교수채용률이나 시간 강사에 대한 처우개선 문제에 대해 얼마나 호응을 할지도 미지수다.

대부분의 사립 대학교의 경우에는 국립 대학교가 시간강사의 강사료를 인상하고 있음에도 재정적 이유를 들어 동결 상태에 있으며, 대부분의 사립대학의 경우 시간당 강사료가 3만원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시간강사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 대학 저 대학 철새처럼 강의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쫓아다닌다. 시간강사들이 이처럼 강의를 위해 시간적 경제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은 교통비와 숙박비, 식대 등을 지출하면 실질적으로 가정경제에 도움이 되는 경제적 수입을 전무한 실정이다.

한 학기에 4달만 강사료가 지급되기 때문에 방학이 되면 그나마 적은 강사료조차 지급받지 못하고, 6월과 12월이 되면 다음 학기에 강의시간을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와 방학동안에 어떻게 생계를 유지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얼마 안되는 강사료지만 대부분의 시간강사들에게는 그 강사료가 유일한 수입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우리 대학 교육의 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시간강사에 대해 이제 눈을 돌려야 한다.

그들이 단순히 지식의 전달자만이 아니라 우리 국가를 이끌어갈 미래의 동량을 교육하고 이끌어 나가는 중요한 인재들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므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시간강사에 대한 법적지위 및 처우개선방안에 대한 문제는 늦은 감은 있지만 매우 환영할 일이다. 이 기회에 대학강사들에게 안정적인 근무여건과 연구능력의 제고를 위해 재정적인 면이나 처우면에서 한층 진일보한 시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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