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또는 뇌물 관련 사건에 대한 기사가 연일 보도되고 있는 것을 보면 선거철이 임박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특히 최근 정치자금과 관련해 최도술 사건에 이어 최돈웅 사건의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의 금권정치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어 우리나라의 미래가 더럽게 느껴진다.

금권정치와 관련된 대기업이 정권의 비호세력이 되면 승승장구하다가 정권이 교체되거나 또는 정권세력이 코너에 몰릴 때면 희생양이 되거나 비운을 같이하기도 한다. 그것을 알고 있는 재계의 대표들이 정치가로 전업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일게다.

돈이란 것이 일장춘몽이어서 있다가도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법이라 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치도 돈과 관련이 되면 그렇게 꿈처럼 사라지는 확률이 크다. 돈없이 정치할 수 없으니 쉽게 정치자금을 만들자면 억대의 비자금 수수사건이 생길 수밖에 없고 세상에 공짜없으니 받고 나면 그만큼 대가를 지불해야하니 뒤를 봐주기 마련이다.

필자는 교직에 있으니 비자금이 생길 직업은 아니지만 혹시 학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하는 제자들로부터 가끔 선물아닌 뇌물(?)의 유혹을 받을 때가 있다.

음료수, 케익, 과자, 과일, 차 등의 먹고 마실 수 있는 것과 손수건, 양말, 티셔츠 등의 입고 신을 수 있는 것, 책, 찻잔, 문방구 등의 일용품이 있다. 가장 흔한 것으로는 꽃선물이다.

가끔은 졸업생들로부터 성찬을 대접받기도 하나 룸싸롱이나 나이트클럽과 같은 향응은 분명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선물 받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누군가가 꽃선물을 하면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을 수도 있을 것이고 경우에 따라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꽃선물을 받고 기분이 좋았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계속해서 받게되면 또다른 마음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꽃을 받아서 좋기는 한데 계속 받기만 해도 되나?” 하는 마음과 “꽃 대신 현금으로 주지!” 하는 상반된 마음이 생길 것이다. 선물 중에는 현금이 가장 좋다는 조사보고가 있는데 돈 또는 현금성 뇌물이 많이 등장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것 역시 내가 받으면 선물이고 다른 사람이 받은 것은 뇌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필자의 경우엔 뇌물과 관련한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다. 첫째, 학기 중 또는 재학 중에는 액수의 고하를 막론하고 받지 않는다. 선물한 학생이 필자가 담당하고 있는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 경우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 공개한다. 대체로 음료수의 경우가 많아 나누어 먹고 출처를 밝힌다. 널리 보시(布施)했음을 가르치고, 먹은 사람이 많아 나중에라도 먹었다 소리 하지 못하게 함이다. 셋째, 가급적 안 받는다. 내 것이 아니면 보지도, 만지지도, 줍지도 않는게 원칙이다. 꼭 받아야 할 것이 있으면 받지만 말고 ‘받아-주면’ 되는 것이다. 그만큼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선물은 받고 뇌물은 받지 않는다. 뇌물을 받으면 머리 아프기 때문이다. 선물과 뇌물은 결국 똑같은 것 아니냐고 반문을 한다면 그 차이를 말하리라.

“선물은 선뜻선뜻 주는 것이고 뇌물은 뇌를 굴려 주는 것이다”라고. 무슨 선물을 하면 좋을까라고 고민하면 뇌를 굴린 것이니 그것도 역시 뇌물인 것이고, 선물을 주고 댓가를 바라면 더 큰 뇌물이고, 일장춘몽이될만큼 계산이 안되는 선물이면 뇌가 망가졌으니 비자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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