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보행자관련 교통사고 통계에 의한 세계 OECD국간의 순위를 살펴보면 1999년 인구 10만명당 보행자의 사상자 비율이 3위를 차지하고, 또 다른 2001년 통계로 차량 만대 당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이 전체국가 중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교통사고 차원의 수치를 넘어 도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공간구조와 도시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던져 주고 있다.

사실 도시는 인간 생활의 집합체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구성하고 있는 인간의 안전성이나 위험요소로부터 보호해야만 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역할이다.

하지만 우리의 도시환경은 편의성과, 경제성, 그리고 외형적 발전에 초점을 맞춘 정책과 계획으로 인한 인간과 역사의 멀어진 기능중심인 비인간적 도시형태를 가지고 있어, 시간의 흐름 속의 묻어나는 손때 보다는 산업화에 의한 오염물질에 의해 휩싸여 도시거주환경에서 인간의 향내음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는 자꾸 잃어버리고 있는 현상들에 대한 회복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가 잃어버렸고 또한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자연, 인간, 그리고 역사이다.

개발과 확장, 그리고 속도에 의해 우리가 현재 후손에게 빌려 쓰고 있는 자연은 급속히 잠식당하고 있고, 경제력과 경쟁, 그리고 제도에 의해 서로의 연결고리로 구성되었던 인간의 정은 급속히 끊어져가며, 또한 기술과 과학 그리고 편리함에 익숙해 가는 인간의 타성에 의해 우리를 지탱해주고 있는 관습과 정신적인 역사를 과감히 버려지고 있다.

이는 극단적으로 우리 전부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궁극적으로 돌아가야 할 물리적 대상인 자연이 없어지고 인간을 형성하고 있는 역사적 흐름의 사라짐은 곧,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육체와 정신의 상실이며 결과적으로 인간의 무의미한 존재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런 우리의 도시환경은 새로운 구성 원칙과 관리의 틀을 통해 잃어버린 것들을 되살려야만 한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의 가쁜 숨을 고르면서 채워지지 않은 주위의 작은 것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작지만 의미가 있고 인간의 손때가 있으며 주제가 있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는 거창한 대규모의 새로운 개발보다는 잊혀져가는 우리의 옛 모습을 가다듬고 자연으로 무한한 확장보다는 내부적 공간효율성을 통한 상대적 보전의 개념으로 접근하며, 단시간의 이상도시의 건설보다는 장시간의 인간적인 모든 삶이 녹아나는 추진을 의미한다.

빠른 것에 익숙하여 잃어버린 도시의 인간스러움을 느림의 미학으로 되살려야 하고, 편리함에 익숙하여 잃어버린 자연의 평화로움을 절제의 미덕으로 회복할 때 비로소 진정한 도시로 회귀하는 것이다.

(hwang@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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