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를 배우거나 배운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누구나가 그 비슷한 거 같으면서도 다른 이상야릇함을 느껴봤을 것이다. 참, 묘한 현상이다.

필자도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할 때부터 우리말과 너무 비슷함에 자꾸 자꾸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다.

공부 중에 가끔 한국어와 너무나 닮은 단어가 있어 신기 해 하면서도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재미도 있었다.
왜 일본어는 한국어와 닮았을까. 특히 언어학자에 의하면, 인간의 언어 습관상 사람이나 사물의 모양이나 움직임을 흉내 낸 의태어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일본열도 사람들은 고대에 한반도에서 이주해간 사람들이란 과학적 연구발표가 일본 쪽에서 자주 나온다하더니 과연 그런 연유란 말인가. 우선 비슷한 단어부터 알아보자.

우리말 ‘자꾸자꾸’가 일본어로도 그대로 사용되어진다. 배가 고파서 꼬르륵거릴 때를 표현하는 일본어 ‘뻬꼬뻬꼬’가 있는데 ‘뻬’는 우리말 배(腹)를 의미하고 ‘꼬’는 ‘고프다’의 ‘고’에 해당한다는 설까지 있다.

어린애 키가 ‘쑥쑥 크다’의 ‘쑥쑥’은 일본어로 ‘스꾸스꾸’이고, ‘우물우물’ 먹는 모습을 나타내는 일본어 ‘모그모그’는 ‘먹다’에서 유래한다.
밥을 게걸스럽게 ‘팍팍’ 퍼먹는 모습을 ‘파꾸파꾸’ 먹는다 한다.

눈시울을 글썽거리는 것을 ‘우루우루’라 하니 ‘울다’에서 유래하고 물이 ‘졸졸’ 흐르는 것을 ‘쵸로쵸로’라 한다. 아기들이 말 안 듣고 힘들게 할 때 엉덩이를 팡팡 두드리는데 ‘팡팡’을 ‘펭펭’이라 한다.

너무나 비슷한 의태어이다. 이밖에도 카사카사(꺼칠꺼칠), 사쿠사쿠(사각사각), 파라파라(눈이 ‘펄펄’), 찌라찌라(찔끔찔끔), 카라카라(‘깔깔’웃을 때) 등등 열거하기에도 한계가 있을 지경이다.

일부 명사에서도 가을을 재촉하며 울기 시작할 매미는 ‘세미’요, 기와(瓦-일부 지역서는 개와)는 ‘가와라’이고 뱀(蛇)은 ‘배미’이다.

초기에 ‘배미’라 불리다가 ‘헤비’로 변했음을 9세기에 쓰여 진 일본 고대의 백과사전인 ‘와묘오쇼오(倭名抄)’에 보면 그 변천 과정을 알 수 있다.

고대 초기 일본어를 알 수 있는 이 사전에 뱀을 ‘배미(倍美)’라 적어 놓았기 때문이다.
또한 밥 해먹는 솥단지(釜)와 불 때는 ‘부뚜막(?)’ 그리고 도자기 굽는 가마(窯)와 풀 베는 낫(鎌-한국 고어로 ‘가마’) 등, 이 모두를 ‘카마’라 말하고 벼를 넣은 가마니를 ‘카마스’라 한다.

참으로 희한한 한국어와 일본어의 근친성이다. 아니면 한반도 문화와 사람들이 이주해 감으로써 형성된 말이라서 비슷한 것인가. 궁금해서 연구 좀 해보고 싶은 분야이다.
이밖에 현재의 일본인은 그 의미를 모르는 ‘염장을 지르다’ 할 때의 ‘염장(鹽藏)’이란 단어가 있는데, 일본인은 무슨 의미인지 모른다.

한번은 수업 중 일본의 불교설화집인 ‘료오이끼(靈異記)’에 이 단어가 나왔는데 그 의미를 정확히 아는 것은 그 많은 일본인 학생들도 교수도 아니요, 오로지 나 혼자뿐이었다.
참으로 묘한 일이었으며, 세대와 지역을 뛰어넘은 충청도 사투리와의 만남이었으니 이 어찌 시공을 초월한 우리말과의 만남이 아니었던가.
(JANG835@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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