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청주시 수곡2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다각도로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독거노인 및 저소득층 노인 등 소외계층의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경로당 통합교육의 형식으로 미니 노인복지학교가 3년째 운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니노인복지학교는 물론 가까운 경로당조차 나올 수 없는 초기 치매, 뇌졸중 등 장애노인을 위해, 경로당의 방 하나를 비워 어르신 놀이방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할 준비를 마쳤고, 7월7일에 오픈 세레모니를 행할 예정이다.

전국에 경로당 수는 4만개를 넘어 5만개에 육박하며 청주시에는 373개가 존재한다. 이들 경로당에는 자율적인 조직체계가 있어 나름대로의 작은 사회가 그 안에 존재한다. 또한 대한노인회의 전국 조직아래 소속돼 시지회, 분회 등 피라미드 구조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경로당 덕분에 노인의 재가(在家)복지의 일부를 해결해 주고 있다. 재가복지라 함은 말 그대로 집안에서의 복지를 말한다. 보통 장애를 가진 자를 집안에서 케어(care)하지 못할 때 시설에 입소하게 되는데 대체로 이런 시설들은 땅값이 싸고 경관이 좋은 곳을 찾아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하게 마련이다.

최근에는 지역사회 내에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케어해주는 것이 인간다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는 정상화 이론의 붐을 타고 재가복지 시스템을 선진복지사회에서는 많이 도입하고 있다. 가정봉사원을 파견한다던가, 주간보호소(day-care) 또는 단기보호소, 가정간호사 파견 사업들이 바로 재가복지 시스템의 종류다. 점점 공적 사회부양 체제로 전향되고 있는 때에 시설케어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가족부양자의 케어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 재가복지 시스템이 활용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인구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언젠가는 이들 노인 중 대부분이 시설케어의 서비스를 받아야할텐데, 현재 일반 노인이 갈 만한 양로시설 역시 부족하고, 있다한들 비싸다. 또한 재가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노인 역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한정돼 있는 실정이다.

대체로 60대 후반에서 70대까지는 복지관을 이용하는 노인이 많고, 경로당에는 주로 70대 후반에서 90대까지 이용한다. 경로당 이용 노인들 중에는 십수년을 지켜온 경로당 붙박이 노인들이 있는데 이들 중 일부는 초기치매 증상을 보여 경로당내에서의 의사소통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경로당이 점점 고령화되고 있어 경로당내에서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서비스가 지원돼야 할 때가 됐다.

경로당 중 이용회원도 적고 운영이 잘 안 되는 곳을 활용해 노인 재가복지를 하면 지금까지의 경로당이 보다 효율적인 복지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지금의 경로당을 재가복지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해, 노인전문 사회복지사가 파견돼 노화방지 프로그램 또는 노화 지연 프로그램이 그 안에서 행해진다면 노인재가복지의 금상첨화라 할 수 있겠다. 경로당이라는 전국적인 인프라를 이용해 컨텐츠를 개발하도록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지면 노인 1인당 들어가는 엄청난 케어비용을 절감해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서 경로당 놀이방은 더욱 필요하게 될 것이다.

(krhan@cjnc.ac.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