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아파트 경비원은 24시간 일하고 24시간 쉬는 근무제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시는 노인이 두 분 계셨다. 한 분은 공무원 퇴직자였고, 또 한 분은 자영업 정년자였다. 두 분이 살아온 직업세계가 너무나 달라 경비원 직분 수행하는 데에도 많은 차이가 있었다. 왕년에 과장 등 고위직을 경험했기에 권위적인 태도가 몸에 배어 처음에는 아파트 입주민과 마찰이 심했다. 주차를 잘못했다가 심한 야단을 맞기가 일쑤고, 아이들이 아파트에서 휴지를 버리거나 거리에서 놀면 고압적으로 호된 꾸중을 했다.

그러나 또 한 분은 자영업을 하며 몸에 밴 서비스정신이 아파트 주민에게도 늘 손님 대하듯 정중히 했다. 공손하게 인사는 물론 휴지를 버리면 그냥 줍는 일만 했다. 아이가 도로에서 놀면 자동차가 지나가는 것을 확인해 주고, 자전거 바람 빠진 것을 모르고 타고 다니면 불러 세워 바람을 넣어주는 등 친절한 할아버지였다. 그래서 늘 입주민들이 이 노인을 좋아했다. 그런데 나이 70이 되어 경비원 70정년제에 걸려 퇴직됐다. 그 노인이 그만둘 때 많은 사람이 아쉬워했다.

우리나라 노인취업률을 보면 통계상으로는 65세이상 74세이하 노인이 35.9%로 매우 높은 취업률을 자랑하고 있다. 노인취업은 고사하고 실직자의 재 취업도 어려운 실정인데 35%를 넘고 있다는 것은 OECD의 여러 나라를 비교해 보더라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노인취업면에서 성공적인 나라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시골에서 농사짓는 노인들 통계가 잡혀서 그런 것일게다. 시골의 노인들이 세상을 뜨면 불과 몇%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노인취업에 있어서 큰 걸림돌은 자본주의 시장구조내에서의 인간 노동력의 평가절하다. 노동시장구조 자체는 경륜과 연륜이라는 것을 더 이상 평가해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은

자신이 살아온 경력을 자랑하며 그에 걸맞는 일자리를 찾으려고 하니 서로의 대차가 너무나 큰 것이다. 현재 노인들 중에는 3부류의 노동관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지금까지 죽도록 일했는데 무슨 일을 또 하게 하려는가 하는 부류, 둘째는 적당히 소일거리하며 노인이라는 세도를 누리고 싶어하는 부류, 셋째는 죽을 때까지 할 수만 있으면 일하고 싶어하는 부류다. 한 때 경로당 내 부업으로 마늘까기 작업을 해보려 했으나 실패하고 만 적이 있는 것을 보면 의외로 첫 번째 부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또한 두 번째 부류는 최근 노인의 취업과 관련된 보도가 많이 나오면서 노인 취업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했으나 노인취업을 원하는 대다수 노인들이 아직도 슬렁슬렁 편하게 일하면서 고임금을 원하는 경우인 것이다. 이렇듯 구인, 구직자간에 조건이 불충분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부류는 스스로 일을 하겠다는 것이고, 일을 할 능력이 있다는 것인데 뭐가 문제일까 하겠지만 우리나라 정서상 늙어서까지 그렇게 돈을 벌어서 뭐하겠느냐고 손가락질 받는 것을 견디기가 힘들어하는 부류다.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노인 취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인데 점점 노인인구의 증가는 상상을 초월하고 그에 따른 노인부양비는 늘어만 가는데 건강한 노인이 장애노인을 위한 케어(care)봉사 같은 일을 담당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강도높은 일은 젊은 재취업자에게 가도록 하고 시간은 많이 걸리는데 돈은 별로 되지않는 일을 노인이 찾아서 해주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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