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미술만을 위주로 기획전시를 개최하던 국내의 성곡미술관이 ‘뉴욕의 다국적 디자이너들’展을 열어 관심을 끌고 있다. 고정된 틀을 깬 이같은 전시 기획은 오늘날 디자인에 대한 일반인을 비롯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다. 이번 ‘뉴욕의 다국적 디자이너들’展은 뉴욕에서 활동 중인 다국적 디자이너들이 일상생활에서 활용토록 디자인한 실용성과 심미성, 독창성, 편리성이 돋보인 전시다. 전시준비에만 3년여나 걸렸다는 큐레이터의 말처럼 제품디자인의 오늘을 조감해볼 수 있어 관심을 끈다.

누구나 늘 사용하는 칫솔부터 쓰레기통, 책상과 의자 등 일상생활과 뗄 수 없는 이러한 제품들이 전시된 전시장은 일견 디자인 제품의 쇼룸 같은 착각을 준다. 각각의 제품들은 이미 시장에 출하돼 사용되고 있는 것도 있고, 신제품인 것도 있어 더욱 친근감과 앞으로의 디자인 제품의 발전 방향을 예측해 볼 수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 일고 있는 리빙아트(Living Art)에 대한 열기를 반영하려는 듯 이번 전시를 찾는 관람객의 이어짐은 일반인들의 인식과 관심이 높아졌음을 반영한다.

1970~80년대만 해도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기가 있었다. 대량생산 대량판매의 기업중심의 사고는 소비자중심의 사고로 인식이 변해 다품종 소량생산시대로 접어들었다. 소비자의 욕구를 무시한 제품의 생산은 기업의 도산으로 이어질 정도로 요즘의 기업들은 소비자를 연구, 분석한 후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제품 개발이 정착되고 있다.
수백,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자동차도 성능의 우열보다 디자인의 차이에 의해 판매가 이뤄질 정도로 디자인은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 관심과 선택의 요인이 됐다.

중국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교육받은 에릭 챈은 ‘단순·견고하며 영혼이 담겨진 작품세계를 지향’한다는 말처럼 그가 출품한 사무용 책상들은 보다 효율적으로 공간 넓이를 넓혀 작업의 영역을 확대하는 등 구조와 재료의 발굴에서 돋보인다. 이러한 점들을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의 책상에 리디자인해 반영한다면 책상에 키를 맞춰야하는 답답한 교육환경이 개선되어 함박 웃음 짓게 될 것이다. 이미 시판되고 있는 칫솔도 인체공학을 적용해 손에 쥐고 칫솔질하기 적합하도록 기존의 칫솔보다 더 굵게 중간에 홈을 파고 쿠션을 주어 손의 힘이 적절하게 이에 가해지도록 고려된 탓에 편안하고 안정감을 준다. 한국 출신의 헨리 유가 출품한 안락의자는 흑·백색의 조화로 인해 일견 차가운 느낌을 주나 편안함과 안락감을 체험할 수 있다. 그외 터키 태생의 아이스 버셀, 미국 태생 더글라스, 로이드이집트 태생의 캐림 래시드 등의 디자인 작품을 보면 생활을 풍요롭게 만드는 디자이너들의 역량을 느낄 수 있다.

이미 실생활 깊숙이 파고든 디자인 제품들로 인해 우리의 삶이 더 한층 풍요로워지고 미적 감각도 성숙될 것이라 믿는다. 빅터 피파벡은 그의 저서 ‘인간을 위한 디자인’에서 디자이너들에게 높은 사회적·도적적 책임감을 요구했듯이 안전성과 환경을 고려한 디자인 제품들을 더 많이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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