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무원노조가 사상초유의 파업찬반투표를 한데 이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둘러싼 교단갈등 등 각종 집단민원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으나 정작 이를 제어해야할 정부가 ‘집단민원에 백기’를 든 것에 대해 ‘국정조정력 부재’를 질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국민들은 각종 이해집단들이 대규모 세(勢)를 앞세운 채 앞다퉈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사회의 혼란을 증폭시키고 있어 서둘러 국가의 근본적인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 들어 한국경제는 IMF때 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이야기가 유난히 많이 들린다.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고 상인들은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이를 증명이나 하듯 각종 경제지표는 온통 적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서민들은 가뜩이나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겨운 마당에 희망 섞인 일 보단 주변 모두 악재들뿐이다. 현재와 같은 국가의 위기국면이 계속될 땐 국민들이 정부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불안심리는 증폭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해집단 모두가 대통령을 직접 만나 문제를 해결하려드니 오죽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말이 나올까만은, 각종 집단행동 세력들이 전부 힘으로 하려고 하고 전교조 등이 자기 주장을 갖고 국가 기능을 거부해 버리는 상황에 대통령 역시 무력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28일 노 대통령이 취임 100일도 안돼 가족의 재산문제로 사과하는 모습을 지켜본 국민들은 그 진위를 떠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일 것이다.

DJ정권 때 노동부장관을 지낸 노 대통령이‘친노’(親勞)성향에 가깝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노조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최근 공무원노조, 전교조문제 등 집단민원과 관련, 정부의 국정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집단 민원에 휘둘리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가정책이 어느 한쪽의 일방에 치우치지 않는 공평무사(公平無私)해야 하는데 북핵문제와 노사 문제 등 어느 한쪽이 ‘퍼주기식’으로 협상을 한다면 누구든 못할까. 하물며 교육부가 거액(500여 억원)을 들인 NEIS가 전교조의 반대에 부딪쳐 NEIS 시행을 전면 재검토하자 국민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오락가락 하는 교육부의 정책이 오늘날 ‘절름발이’ 한국교육을 양산했다는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게다가 보수적인 한국교총과 각 시도 교육감, 학부모들이 반발하는 등 오히려 교단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문제는 CS(학교종합정보시스템)→NEIS로 추진했다, NEIS→CS로 되돌리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상당수 학교가 CS를 폐기한 학교가 많아 이 작업 또한 많은 비용·인력·시간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골병드는 것은 국민이요,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정치권으로 그 불똥이 옮겨 붙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NEIS 시행을 유보한 것은 정부가 집단의 요구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인권침해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한 것”이라는 반면, 한나라 당은 “교육부총리가 교육문제조차 집단투쟁과 협박에 굴복, 원칙과 소신을 저버리고 정략적 결정을 내렸다”며 윤덕홍 부총리 사퇴를 촉구하는 등 정치 쟁점화 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노사문제와 NEIS 등에서 실추된 국정조정력의 복원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느슨한 국정시스템을 조이는 한편 그릇된 시위문화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처하는 등의 신노사문화정책을 세워야 한다. 참여정부의 개혁은 유별나게 튀는‘노무현 대통령 식의 코드’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개혁이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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