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에서 주최하는 2003고양세계꽃박람회에 다녀왔다. ‘꽃과 인간의 환희’를 주제로 한 이번 고양시세계꽃박람회는 일산 호수공원에서 열려 60여만명의 관람객에, 무역거래액도 1000만여 달러에 달했다고 조직위는 말한다.
그러나 이번 2003고양세계꽃박람회는 비싼 입장료에 비해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애완견의 출입을 허용하여 가뜩이나 비좁은 이동통로와 전시관에서는 몰리는 관람객들이 더욱 엉키어 혼잡을 빚었다. 그 외 안내표시 부족 및 음향시설의 미흡함, 그리고 전시물의 빈약함은 세계적이란 거창한 명칭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마디로 세계적인 행사를 표방했지만 행사의 질이나 내용은 전문성이 크게 결여됐다는 판단이다. 즉 전문성 부재, 기획력 빈곤, 경험이 일천함에도 의욕만 앞선 탓이다. 이러한 현상이 어디 고양꽃박람회 뿐이랴. 청주시에서 개최했던 지역 축제들도 이러한 지적을 면키 어렵다. 특히 지자체의 단체장이 관심을 기울이는 축제들은 새롭게 만들어지나 기존의 축제들은 형식적인 개최로 전락하고 만다. 일관성도, 지속성도, 전문성도 부족하다.
지자체가 낯내기와 실적주의에 치중한 탓에 지역 축제의 주체는 말로만 지역민일 뿐 지역의 예술문화단체들 또한 들러리 역할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기획과 집행이 관 주도로 이뤄지는 현실을 타파해 정말로 지역문화의 차별성을 홍보하고 지역발전에 보탬이 되기 위한 근본적인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 한 발전은 없고, 지금과 같은 문제들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지자체 실시 이후 전국에서는 각 지자체마다 축제를 열기에 열심이다. 그럼에도 지자체에서 개최하는 각 지역의 축제들의 공통적인 지적은 준비 소홀과 바가지 상혼, 극심한 교통불편과 편의시설 부족, 그리고 가장 큰 것은 어느 지역의 축제든 차별성과 개성이 없다는 것인데 이러한 결과는 비전문가들에 의해 행사가 추진된 탓이다. 특히 다른 지자체에서도 하니까 우리도 하고 보자는 낯내기 지역축제의 양산은 예산을 낭비하는 문제 외에도 오히려 지역 문화를 왜곡하고 위축시키거나 변질시킬 문제를 만들고 있음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
지역문화예술을 꽃피울 9, 10월은 관이 주도권을 휘두르는 계절이다. 관 주도형 행사들이 이 계절에 집중되다보니 지역 문화예술 행사들은 대관 순위에서 밀려 문화시설을 쓰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현실에선 지역 문화예술의 주인은 시민도, 지역 문화예술인도 아닌 관이다.
겉으로는 시민단체와 지역 문화예술단체의 주도 하에 개최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관변 인사들로 모양새만 갖춘 채 관의 의도대로 행사가 추진되는데 문제가 있다.
관의 이러한 행정편의적 발상과 들러리서기에 익숙한 관변 지역 인사들의 행태가 어우러져 지역문화축제들은 지역민의 공감대를 얻기 위한 노력은 애당초 소홀하기만 하다. 불과 서너달 준비로 수십억원이 소요되는 행사를 치르겠다는 발상이 용인되는 한 달라질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평가조차도 지극히 형식적인 탓에 지역에선 평가다운 실질적 평가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찾아보기도 힘들다. 또한 지역 언론의 지역 축제에 대한 보도를 보면 주최측의 일방적 홍보 역할에 머무는 경우도 종종 본다. 때문에 축제의 조직위원들이 누구였는지 조차 알 수 없어 생색만 내고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관행의 불투명성 등의 구조적 부실은 오늘도 내일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가 인정되는 사회가 부실을 극복할 수 있다. 따라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업체 선정을 위해 위촉된 심사위원들의 전문성 여부에 대한 시시비비는 명백히 가려져야 한다. 이러한 점들이 바로 세워져야만 지역문화 축제가 밝게 꽃피울 수 있기에 청주시의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감사결과를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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