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도시들은 보행에 초점을 둔 도시공간을 구성해 상당기간동안 도시계획의 기본원칙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산업화에 의한 새로운 기능의 출현으로 도시는 인구흡인력을 가지게 되고 복합화된 유기체의 형태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많은 인구의 모임은 면적의 확장을 의미하고 이들 간의 신속하고 효율성을 위해 이동수단중심으로 도시공간이 바뀌었다.
특히 한동안의 도시계획의 이론적 패러다임은 도시이동에 초점을 맞춰 끝없는 영역의 확장과 인간스케일의 무시로 귀착되어졌다. 이러한 결과는 유명한 도시이론가인 크로포드에 의해 도시 자동차화의 문제점이 잘 요약되고 있다.
자동차중심의 문화는 거리생활을 죽게 하고, 커뮤니티의 사회성에 악영향을 미치며, 인간을 고립되게 하고, 도시 팽창을 부추키고, 교통사고의 유발로 많은 인명피해를 발생시키며, 다른 가로이용자에게 위험을 준다. 또한 사람들이 소음에 시달리게 하고, 공해를 유발하며 자연자원과 에너지를 급격히 고갈시키며 결국은 국가와 국토를 황폐화시킨다고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가 주는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 부각에 초점을 맞추면서 일반적 유형의 문제점보다 무형적 측면의 심각성을 얘기하고 있다.
이러한 거대도시화와 자동차 중심적 도시환경은 인간으로 하여금 도시의 주인에서 보조적 위치로 전락하게 되었고, 이는 사회학적으로 인간성의 상실은 물론 생명의 위협까지 받는 상황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다행히도 후기산업사회의 등장으로 정보전달체계가 바뀌고 이동수단의 개념이 예전과 달라지게 되어 새로운 개념과 운동이 시작됐다. 이를 ‘카프리 시티(Carfree city)이론’이라 하며 도시의 인간중심으로의 회귀를 표방하면서 도시계획은 물론 교통체계와 도시공간의 형성까지도 전통적인 스케일을 바탕으로 대중적 이동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특히 자연주의적 사고의 회귀와 맞물려 공간구성원칙의 변화와 함께 매우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도시계획을 수립할 때 계획의 기조로 사용하고 있고,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시민단체가 조직이 되고 인터넷 사이트도 개설되어 많은 시민들의 교육과 홍보를 하고 있다.
이 개념은 도시에서 높은 삶의 질, 자원의 유용한 활용, 그리고 사람과 물건의 신속한 이동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정책과 전략, 기법들을 인간위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구체적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첫째, 고속교통수단을 계획해 도시 주위에서 도시로 신속하게 접근하게 하고 어디서든지 1시간 이내에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도록 하며 한 번이상 갈아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이러한 고속 교통수단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그 시간은 5분 이내여야 한다. 셋째, 녹지공간은 거주지에서 적어도 도보로 5분 이내 거리에 있어야 하고 가능하면 주변에 다양한 녹지공간이 조성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넷째, 도시에서는 4층 이하의 건물들로 계획한다. 이는 고층건물이 야기하는 많은 유동인구와 이를 위한 교통적 문제, 그리고 환경적 문제에 기인한다. 다섯째, 도시의 화물이동은 경제적인 운송체계를 토대로 하며, 이는 일반 동선체계와 분리해 거주자의 안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다.
‘카프리 시티’의 개념은 아직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개념으로 기본적인 도시 형태는 방사형 도시간선축을 형성하고 이들 축상에 여러 개로 일정한 규모의 지구를 구성하여 자체적으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이 지구내의 가구(街區)는 대체로 중정형태로 많은 사람들의 접촉을 강화하고, 대신 도로폭은 10m 안팎으로 계획하여 기능적 통행성에 초점을 맞춘다.
또한 토지이용의 형태는 공업용도를 제외한 복합용도로 해 다양한 기능과 동선이 어울리도록 하였고, 건폐율은 4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를 권장하여 충분한 외부공간의 활용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기본 개념은 프랑스의 리옹(lyon)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도시고속전철을 근간으로 대중교통과의 연계를 강화하면서 지구나 가구단위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이렇게 이동된 인구는 가구단위에서 비로소 완전한 자동차로부터 자유스러운 공간에서 다양한 삶의 질을 경험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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