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학기가 시작되고 개강일에 따라 어느 대학은 5주째, 어느 대학은 6주째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혹독한 방학’을 지나고 서너개의 대학을 기웃거리면서 2학기 강의자리를 얻었다. 자조적인 이야기지만 이런 ‘보따리 장사’를 시작한지 벌써 6년째다.

시간 강사들은 한국 대학 교육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신분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일용잡급직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1년 전국 4년제 대학의 시간강사는 4만4천646명으로 전체 대학강의의 38.4%를 담당하고 있고 이 가운데 박사학위를 가진 `전업 시간강사'는 9천197명으로 20.6%로 추산하고 있다. 2년제 대학까지 포함할 경우 더 높은 비율의 시간강사들이 강의를 전담하고 있다.

그동안 강사들을 위한 처우개선이 미흡했던 이유는 시간강사를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자리’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조사결과는 이러한 허상을 깨기에 충분했다. 조사된 인원 가운데 40세 이상 강사들의 비율이 46.1%에 달했다. 상당수의 대학에서 신임교수 지원자격을 40세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절반 가까운 인원들이 이미 교수의 꿈을 접고 강사를 전업으로 삼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전업 시간강사의 강사료 수입은 연 평균 859만원이었다. 전체 수입은 1천31만원이었다. 결국 강사료로 부족한 생활비를 보충하기 위해 부업에 나서고 있지만 월 소득 100만원도 채 안된다는 것이다.

과연 강사들은 이것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답은 물론 아니다. 재산이 넉넉한 부모의 도움을 받거나 능력있는 배우자를 만나지 않으면 결코 시간강사를 할 수 없다. 사회적으로 우러러보는 ‘교육자’이면서도 경제적 측면에서는 결코 자립할 수 없는 온전치 않은 직업인 것이다. 학자는 돈과 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일까.

대학 시간강사들의 불안한 지위는 어제, 오늘 제기된 문제는 아니다. 전국대학강사협의회를 결성하고 지회를 만들어, 상황설명에 강사료 인상을 주장했었다. 그러나 선두에 섰던 이들은 학교를 그만 두어야 했다. 이들의 문제제기, 권리주장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준다. 물론,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해마다 대학교육여건을 조사하여 발표하니까, 강사들의 형편없는 강사료, 47%에 이르는 대학의 높은 강사 의존도는 공개는 된다.

문제는 다들 남의 일로 지나치고 전문대를 포함시키지 않은 수치가 발표되면 사정이 나아진 것으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시간강사 대부분의 희망은 대학교수가 되는 것이다.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하나씩 생기는 교수 자리에 그처럼 많은 사람들이 목을 매고 있는 것은 귀중한 젊음과 지식의 낭비다. 교육 당국이나 대학들의 교수 확충, 처우개선 노력과 함께 대학 밖에도 고급 인력이 폭넓게 둥지를 틀 수 있도록 사회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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