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창한 토요일 오후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아파트단지 사이로 조성해 놓은 근린공원에 산책을 나갔다. 평소 시간에 쫓겨 아이들에게 제대로 엄마노릇을 하지 못하다가 이런 기회를 삼아 면죄부를 받곤 한다. 돗자리, 물통, 약간의 간식, 그리고 몇 권의 동화책을 들고 집을 나선다.

적당한 그늘과 평지를 찾아 자리를 잡고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반주 삼아 콧노래를 부르며 느긋한 한 때를 보내고 있는데 큰 아이의 엉뚱한 질문을 받는다.

“엄마! 거짓말하는 것이 나빠요 좋아요?” 너무나 당연한 질문이고 거짓말에 대한 경각심을 늘 심어주고 있는 나로서는 큰 아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왜?” 라고 재차 물었다.

유치원에 다니는 큰 아이는 요즘 한참 ‘장화 신은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재롱잔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 동화책 속에 등장하는 장화 신은 고양이가 주인을 위하여 거짓말을 하면서 다닌다는 것이었다. 주인을 위하여 목초지를 가꾸는 일꾼들에게 협박을 가하기도 하고, 보리밭을 일구는 일꾼들에게 부탁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처음 고양이와 주인이 만나는 과정을 보면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남겨진 유산을 세 명의 아들이 나누어 가지게 되는데 맏아들은 방앗간을 둘째는 당나귀를 막내인 셋째는 남은 고양이를 갖게 되었다.

“고양이가 무슨 쓸모가 있담”. 막내 아들이 고양이를 보며 중얼거리자,
“야옹, 주인님! 저는 쓸모 있는 고양이어요. 꼭 주인님을 기쁘게 해드리겠어요. 저에게 장화를 신겨 주셔요. 자루도 하나 구해 주시구요”

그 후 고양이는 주인을 위해 잔꾀를 부려 먹이감을 구해오고, 거짓말과 협박을 일삼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동화를 읽고 일곱 살 아이가 장화 신은 고양이의 거짓말이 나쁘냐 좋으냐를 묻고 있는 것이다. 선생님께 다시 물어보라며 대답을 회피하고 보니 장화 신은 고양이가 동화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6·13지방선거가 끝나고 민선 3기의 시정이 출항한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그러나 각 지자체에서 인사문제와 각종 정책에 관련하여 여러 가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단체장이 바뀌게 되면서 기존의 인사체계, 정책이 다소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시민의 입장에서는 모든 예산과 사회·문화적인 고려를 통해 일관된 정책을 꾸려나가기를 바란다. 일회성·소모성의 행사보다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역의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정책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단체장들은 단체장이 되기 위해 내세운 공약을 실천하고 그 공약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적합한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청주시가 인사 문제와 관련, 직원들의 각종 불편 및 고충사항을 처리하기 위해 운용하고 있는‘인사고충처리 상담‘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권력의 신을 신고 마치 단체장인양 행사하는 사람이 있지는 않은가 한다. 단체장의 권한은 단체장 개인의 것도 그를 둘러싼 몇몇 사람들의 것이 아닌 지역민을 위한 것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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