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아래서 일고 있는 공직사회의 변화가 큰 개혁의 물결로 소용돌이칠 전망이다. 작은 듯 큰 변화를 알리는 예고편으로 다가오고 있다.

얼마전 청주시 흥덕구청 직장협의회가 상급직의 결정에 거부의 의사표시를 분명히 한 대응은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연말 불우이웃돕기 활동의 일환으로 간부부인들로 구성된 봉사단체에서 만들어 구청 하급직원들에게 할당 판매하려던 ‘횐떡’ 구매를 정면 거부했던 것이다.

할당하려던 ‘흰떡값’이야 고작 1만여원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동의 없이 행해지는 강요성 조치에 거부의 몸짓을 분명히 했던 것이다. 결국 과장급에서 전량 팔아주기로 당초 계획을 변경 조치하여 문제를 해결하였다.

종전 같으면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수직구조적 상명하복의 질서가 엄연한 공직사회에서 볼 수 없었던 예사롭지 않은 사건이었다. 6급 이하 하급공직자들로 구성된 ‘직장협의회’가 아니면 시도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공무원 사회에서 그런 일이?’ 하고 놀라워할 뿐이었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지지부진했던 충청북도 내 공직사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 ‘충청북도직장협의회’가 발족되는 등 변화의 발빠른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 조직의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충청북도 내 40여 개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공직사회개혁과 공무원노조 설립을 위한 ‘충북지역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한 것은 획기적인 사실로 평가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공직사회에 큰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는 모습은 지난 14일 오전 전라남도 해남군에서 일어난 사태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군청 앞마당에서 일반 시위현장에서나 들을 수 있는 노래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해남군직장협의회’ 회원들의 단체행동이 시작되었다. 전라남도 도비 지원을 받은 사업에 대한 평가를 위해 도의 평가단이 오기로 되어 있어 이를 저지하기 위한 하급직의 저항이었다.

도비(道費)를 지원했으면 사업이나 지출에 대한 적정성 여부는 회계감사를 통해 할 일이지 지방자치 이념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고유 자치업무영역을 침해하는 처사는 용납할 수 없다는 거부의 몸짓이었다.

한파가 몰아쳐 매서운 날씨였으나 시위의 열기는 뜨겁기만 했고 80여명의 ‘해남군직장협의회’회원들과 이를 지켜보는 실·과장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노동운동 관련 가요와 구호제창이 울려 퍼져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군청 앞마당의 모습이었다.

마침내 ‘전라남도행정인센티브평가단’ 이 도착, 안으로 들어가려는 평가단과 이를 저지하는 회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시작되었다. 결국 평가단은 다른 통로로 들어가 평가작업은 이루어졌다.

이 같은 모습을 지켜본 광주일보의 한 기자는 지면을 통해 “엄청난 변화의 물결을 느꼈다. 3시간 이상 떨면서 보여준 것은 단순한 ‘행정인센티브평가’의 저지가 아니라 하위직들의 정의 실현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동안 억눌렸던 그 무엇에 대한 저항 같아 보였다.

도대체 평가장을 점거하여 농성을 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면서도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그들의 목적이 단순히 평가작업의 거부 한 가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라고 적었다.

이런 저런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그토록 갈망했던 행정개혁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실망을 안겨주는 상황에서 행정조직 내부에서 일기 시작한 변화의 조짐이 매우 긍정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큰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아니 하부구조의 이 같은 몸짓은 분명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리라는 확신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 같은 소망 때문에 ‘직장협의회’는 시민단체와 연계하여 결속력을 강화하려 하는 것이고, 시민단체도 협력하여 행정개혁의 바람직한 결과를 창출하려는 굳은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공직사회의 변화 추세에 비추어 보아 충청북도의 경우는 일견 매우 미온적이거나 소극적인 것으로 판단되어 왔으나 최근 전개되는 일련의 움직임으로 보아 빠른 속도로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은 명백한 상황이다.

이런 변화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하급직 공무원들의 사명의식을 바탕으로 직업전문화를 통한 자율통제활동이 확실하게 전개될 것이고 행정의 민주화와 자질향상 등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나아가서 바람직하지 못한 점이 많다고 느껴왔던 공직의 행정풍토가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우리는 작은 듯 큰 공직사회의 변화를 비상한 관심과 기대를 갖고 지켜보는 것이다. 정의감에 불타는 젊은 세대에 미래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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