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미래’란 큰 주제를 내걸고 지난 4일 충북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열렸던 충북행정학회·충북지방자치학회의 동계학술발표대회는 지방자치에 있어서의 ‘주요 현실적인 몇 가지 과제’를 심층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올 한해 지역학회활동의 대미를 장식했다 하겠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3개 소주제논문을 순서대로 반추해보면 제1주제인 ‘지방재정운용과 NGO(박길용 세명대교수)’에서는 지방재정운용의 문제점이 예리하게 분석되어 공감을 샀다. 지방재정운용에 있어서 그 동안 감사원 감사와 실제운용상 밝혀진 사례(신문보도)를 중심으로 중점적으로 지적된 문제점은 우선 정책적 실패로, 예산운영체계에서 분석적 내
용검토가 결여된 예산낭비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지난 98년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전국의 광역·기초단체 및 의회들이 예산을 목적외로 사용하거나 부당하게 집행해 온 사실이 적시됐다. 이어 제3사례에서는 지방자치단체예산으로 정부홍보나 여당의 지역조직관리 홍보 및 자치단체 치적홍보에 예산을 편성, 낭비하고 있다는 점이 비판됐으며, 제4사례에서는 선거철이 되거나 연말 불용액 처리를 위해 불필요한 공사를 마구 벌이는 혈세낭비행태가 성토됐다.

그리고 제5사례에서는 공무원의 전문성 결여와 운용 미숙으로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점이 적시됐다.

이같은 발표자의 논지에 공감하고 지방재정운용에 있어 NGO의 감시, 감독 역할 등의 강화론에 찬성하면서도 결정적으로 아쉽게 생각되는 점은 이날 학술발표에 나선 이 지역 학자(교수)가 충북도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등으로 연구대상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충북도내 대학에서 재직하고 있어 도내 자치단체와의 관계를 고려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 지역 주민들이 ‘지역고급두뇌’에게 특히 바라는 것은 내집안(도내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살이(재정운영)가 과연 제대로 꾸려가고 있느냐 하는 점의 예리한 분석과 대안제시라 할 것이다.

도내 대학의 일부 교수들이 NGO활동을 벌이면서 특정 지자체의 재정문제를 거론한 바가 없지않지만 충북도와 각 시·군의 재정운영상태를 종합적으로 고찰한 연구성과물을 내놓는 일은 그 연구과정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해도 이 지역 교수들이 반드시 하지않으면 안 될 ‘의무적 당면사’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이러한 요청과 바람은 제2주제 ‘로컬거버넌스와 환경문제, 그리고 지방의제 21(윤경준 충주대 교수)’은 물론 제3주제인 ‘지방자치단체의 위기관리정책:전망과 과제(이재은 충북대 교수)’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하겠다. 거버넌스(gevernance:共治, 協治, 국정관리 등 다의적 의미)와 환경문제 그리고 지방의제 21 문제를 다각도로 심층 분석하면서도 충북의 지방의제 21에 대한 실제적 고찰결과가 없어 발표자보다 토론자의 토론내용이 오히려 더욱 실감있게 들렸다는 후평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위기관리 정책:전망과 과제를 다룬 발표문에서는 재해·재난관리의 4단계 즉, 완화, 준비, 대응, 복구 등의 각 단계에서 취할 수 있는 행태와 상호 중요성 정도를 일반론 차원에서 학구적으로 고찰하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체제와 법적, 제도적 문제점 및 개선대책 등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어 그 발표의 효용성, 실용성이 의문시 된다 하겠다.

물론 학술발표대회에서 개진되는 논문은 그 주목적이 학문적 이론의 정치(精緻)한 전개에 있다하겠으나 가장 실용적이어야 할 지방자치단체의 위기관리 정책을 취급한 논문에서조차 구체적으로 방재(防災)계획, 체제, 제도상의 문제점과 시정책 등이 텃치되지 않은점은 지방자치단체의 위기관리정책을 학계가 지원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차원에서 마땅히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충북의 지방자치관련학회에 대한 지역민의 열망은 지방자치단체 위기관리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물을 창출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위기관리’하고 하면 일반적으로 지방자치단체 관할구역내에서 발생하려 하거나 이미 발생한 자연재해와 인위적, 사회적 재난을 관리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지만 이것은 지방자치단체 위기의 전체를 보는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위기는 그런 물리적 가시적 위기뿐만 아니라 기능(역할)상의 위기, 도덕성 위기, 재정적 위기 등도 균형있게 거론되어 그 시정, 보완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그러한 여러 위기요소는 그간 단편적으로 탐색되었지만 이제는 충북의 학계가 종합적인 연구성과를 내놓을 시점에 접근해 있다고 생각된다. 이 일을 성취하는데는 충북의 관련학계와 충북도 등이 긴밀한 대화와 협조관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한편 학술발표회나 각종 세미나, 심포지엄 등에서 매번 절감하고 있는 것은 반드시 참석해야 할 공직자들이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공직자들이나 지방의회의원들이 발표내용을 듣고 의견을 피력하는 한편 정책화하고 집행하는데 적극성을 보여야 할 테인데도 불구하고 오늘의 실상은 ‘참가가 예외적인 현상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지방자치 행정의 수준과 공직자들의 지적역량이 향상될 수 있음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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