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일요일 KBS 1TV의 대하사극 ‘태조왕건’을 시청해온 우리들은 또다른 맛에 SBS의 월화 대하사극 ‘여인천하’를 즐겨보고 있다. 그래서 꾸준히 시청률이 오르던 ‘여인천하’는 마침내 지난 2, 3일 42.6%의 시청률을 기록, ‘태조왕건’(42.3%)의 아성을 돌파했다하여 화제가 됐다.

‘여인천하’ 시청률의 급상승 이유는 남성드라마라 할 수 있는 ‘태조왕건’이 ‘궁예퇴장’ 이후 주춤하는 사이, 여성드라마 ‘여인천하’는 권력주변 여인들의 대립과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남자연기자들의 선 굵은 연기와 연출자 김재형PD의 ‘클로즈업’ 기법 등이 상승효과를 일으켜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기 때문으로 방송가는 분석하고 있다. 그럴듯한 진단이라 하겠다.

그러나 여기에 더하여 우리가 유념할 것은 TV사극(史劇)이 오늘의 세태에 주고 있는 메시지가 현실정치에 식상한 국민들의 정서와 시선을 흡인하고 있는 데서 ‘여인천하’, ‘태조왕건’, ‘명성황후’(30.5%) 등의 ‘사극천하’ 현상을 빚고 있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까지 가게됐다는 ‘여인천하’의 오늘을 향한 메시지는 어떤 것들일까.

이에 대해서는 저마다 한마디씩 할 수 있을 것이지만, 가장 먼저 지적되어야 할 것은 ‘정상권력(頂上權力)’을 둘러싼 ‘세력다툼’의 불변성이다. 왕조시대(王朝時代)에는 조정대신들간에, 또는 정궁(正宮)과 후궁(後宮)사이에서 임금의 총애와 권세를 잡기 위한 다툼이 처절하게 벌어지기 일쑤였는데 민주 공화정 시대인 금일에도 그 양상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최고권력’을 향한 세싸움은 집권당의 경우 소위 ‘가신파’와 ‘당료파’간의 마찰음이 간단없이 흘러 나오고 있고, 차기 집권을 노리고 있는 제일야당에 있어서는 ‘대권쟁취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지는 ‘당총재’를 정점으로 하여 주류와 비주류간의 기(氣)대결이 드물지 않게 노출되고 있다 할 것이다. ‘정상권력’을 향한 이 같은 권세다툼은 행위당시에는 이긴자(勝者)와 진자(敗者)의 명암이 뚜렷하다 해도 훗날 역사적 시각으로 보면 모두가 ‘역사의 장식물’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권력탐욕자들’의 자성(自省)이 촉구되고 있다 하겠다.

다음으로 직시할 것은 ‘능력 있는 정치지도자’와 ‘실천성 있는 수단’을 확보하지 않으면 정치개혁 등 ‘이상정치(理想政治)’의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지금으로 부터 519년 전에 태어나 사림파(士林派)의 영수였던 조광조(趙光祖)는 ‘도덕적 이상정치’를 펴기 위해 여씨향약(呂氏鄕約)실시, 소격서(昭格署)폐지, 현량과(賢良科)실시, 훈구파(勳舊波)의 삭훈(削勳)등 ‘급진적 개혁’을 추진했으나 훈구파들의 반격과 당시 임금인 중종(中宗)의 줏대 없는 처신으로 기묘사화(己卯士禍)를 불러 일으켜 죽음을 당했다. 급진적 개혁정치를 최고 권력자인 왕이 수용하지 못 한데다 훈구파의 반발을 경시한 ‘이상정치가의 독선’이 ‘스스로의 좌절’을 초래했다고 볼 수 있는데 오늘의 우리 정치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그것은 단적으로 말해 우리의 정치행정개혁추진이 ‘설익은 이상’을 추구하다 혼란을 양산하고 국민에게 고통을 가중시키는 사례가 적지 않았는가 하면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개혁 사안도 수구파(守舊派)와 기득권자들의 ‘끈질긴 발목잡기’로 인해 불발(不發)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예나 지금이나 정치개혁 저해현상이 시정되지 않으면 역사의 발전은 구두선(口頭禪)이 되고만다는 사리를 재인식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가 주시하지 않으면 안될 것은 ‘뿌리 없는 권력(지위)’의 허무한 종말이다.

군주정치(君主政治)시대, 나라에 크게 공헌했거나 자질이 뛰어나지 않는데도 임금의 총애를 받아 고위직에 올라 권세를 휘두르던 사람들은 절대의지처였던 왕의 타계후 ‘곤두박질신세’를 면치 못했다.

‘여인천하’에서도 훗날 문정왕후(文貞王后)의 수렴청정(垂簾聽政)시절 누이인 ‘왕후백’으로 권신(權臣)이 되었던 윤원형(尹元衡)과 그의 애첩 정난정은 문정왕후가 죽자 실각, 관직을 삭탈 당하고 끝내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런 현상은 현대에도 모양만 다를 뿐 부지기수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날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나는 새도 떨어 뜨리던 ‘권력의 실세’들이 온갖 영화를 즐기다 ‘주군’이 임기 만료후 권부에서 물러나거나 비운에 가자,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고, ‘교도소 신세’가 된 사례들은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라 할 것이다. 이것은 고금을 막론하고 나라의 실제 주인인 국민(백성)들의 동의나 지지 없이 나라의 높은 자리를 차지한 자들이나 그 무리는 결코 오래갈 수 없다는 진리를 실증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현 정부 여당이나 제일야당의 권력자(실력자)들도 이러한 역사의 교훈에서 얼마나 자유로운지 각각 스스로를 되돌아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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