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는 사람이나 낯모를 독자로부터 질문을 받는 일이 잦아졌다. “요즘 풍진세계(風塵世界)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국세청의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발표와 검찰고발 이후의 공방(攻防)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의 물음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적인 문제나 중요지역 현안이 발생했을 때마다 나름대로의 의견을 피력해온 당신이 요즘 온 나라를 떠들썩 하게하고 있는 ‘언론현안’에 대해서는 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느냐”는 나무람을 듣고 있다 하겠다.

박세리가 미국 LPGA투어 제이미 파 크로거 클래식에서 기분좋게 우승한 어제 아침에도 같은 물음을 받았다. 이같은 질문에 ‘양심의 가책’과 ‘답답한 심정’을 동시에 갖게 된다는 게 우리의 솔직한 고백이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는 것은(비록 지역의 소규모 일간신문에 재직중이지만) 거의 한 평생을 언론인으로 살아온 사람이 한국 언론의 쟁점에 대해 눈감고 지나치려는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답답한 심정을 가눌 수 없는 것은 정부·여당과 일부신문·한나라당간의 투쟁이 갈수록 확전되면서 상반된 주장을 홍수처럼 쏟아내고 있어 과연 어느 말이 참(眞)이고 어느 언사가 거짓(僞)인지를 지금으로써는 명쾌하게 판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논쟁의 진상은 명백한 것 같으면서도 ‘구름’에 가리운 점이 없지 않은 것 같아 어느 일방적 판단과 지지를 주저케 하고 있다 하겠다. 독자제현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그간 침묵을 지켜온 것은 그 때문이다. 언론사 세무조사 및 고발문제가 사법적 심판의 단계로 옮겨가고 있는 와중에서 정부·여당대 일부신문·야당의 대결 구도외에 신문과 방송, 신문 대 신문, 제일야당 대 언론·사회단체, 여·야지지자들 간의 열띤 사생결단적 공방이 말 그대로 ‘진흙탕 싸움’을 연출하고 있다.

여기에다 노사정(勞使政)과 교육계 등의 갈등이 겹쳐 있어 우리 사회는 지금 ‘총체적 분열 위기’로 치닫고 있다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런 판국에 ‘하나마나한 소리’를 지면에 뇌까리는 것은 ‘갈등 소음공해’만 증산할 뿐 사회안정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사안에 정통하지 않으면서도 잘 아는체하며 어느 편을 들어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정서적 만용’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성있는 국민들’의 ‘현명한 시국 현안 감상법’은 무엇인가.

그 첫째는 ‘감정적 부화뇌동’을 하지않아야 하겠다는 것이다.

정당에 대한 호오(好惡)감정으로 언론사 세금 탈루사건을 ‘자가재판’해서는 안되겠다는 얘기다. 세무당국의 발표이니까 무조건 100% 믿고 언론사와 야당의 항변이라서 전부 믿을 수 없다고 하거나 그 반대의 자세는 균형감각과 합리적 판단능력을 구비한 국민들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事案)을 숲 전체를 조감하는 자세로 지켜보면서 진위(眞僞)를 판별하는 안목을 키워 나가야 한다.

둘째는 ‘정치적 목적의 세무조사’와 ‘세금탈루의 위법행태’는 엄격히 구분하여야 할‘독자사안’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칼자루’를 잡고 있는 측의 언론사 세무조사가 설령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 해도 그로인해 언론사(주)의 세금탈세 등 범법행태가 ‘적법행태’로 자동전환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부여당측이 펄쩍 뛰며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정치적 목적의 세무조사 및 고발문제는 그 문제대로 정치적으로 처리하고 언론사의 세금 탈루사건은 사법적 심판을 받는 관점에서 처리하는 것이 정도(正道)라는 시각으로 사태의 전개를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셋째는 언론사 세금 탈루현상이 중앙언론사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개연성에 대한 인식이다. 지방 언론사는 중앙언론사에 비하면 중소규모기업에 불과하지만 세금과 관련하여 문제시 될 수 있는 운영행태는 ‘중앙언론사의 축소판’이라고 지적하는 견해가 드물지 않아 지방언론사 경영층의 각별한 유념이 요청되고 있다 할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지역의 주민들은 차제에 지역 언론사들의 투명경영 등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역 언론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편달과 협조를 아끼지 않음으로써 ‘정도언론육성환경’을 조성해야 겠다는 것이다.

넷째는 언론사 세금탈루사건과 관련된 대결 당사자 모두가 ‘공동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관련 당사자인 언론사(주)는 물론 정부·여당과 제일야당 등이 서로 상대방에 깊은 상처를 내는 공세를 벌임으로써 종내에는 승자(勝者)는 없고 ‘부상자’만 남는‘비극의 현장’이 우려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 힘으로 확전을 막고 엄정한 사법부의 심판으로 언론사(주)의 세금탈루여부를 명확히 가려 ‘나라혼란’을 가능한 한 조속히 종식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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