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을 가리켜 ‘시범도(示範道)’라는 말이 있다. 시범(示範)이 ‘모범을 보이는 것’을 뜻하니까 ‘충북도는 전국에서 모범을 보이는 도’라는 얘기다. 중앙정부에서 어떤 새로운 시책을 전국적으로 실시하면서 그 성과를 각 시·도(市道)별로 평가해 보면 충북도가 으뜸을 차지하거나 상위권에 드는 경우가 많아 타의 모범이 된다는 얘기일 것이다. 충북의 이같은 시범도 성향의 연원(淵源)은 충북도민들의 성품이 억세지 않아 정부정책에 잘 순응하고 있다는 데서 찾아볼 수 있겠으나 ‘뚜렷한 주체성’ 없이 관에 피동적으로 이끌려 가는 형태에서도 그 원인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할 것이다.

그래서 충북의 ‘시범도 위상’은 중앙정부에 의해 ‘실험도(實驗道)’로 왕왕(往往) 활용되어 왔다는 지적이다. 새롭게 시도되는 행정시책의 실험장으로 충북을 택해 결과가 좋으면 전국으로 확대 실시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이를 포기하거나 대폭 수정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전·현직 공직자들은 술회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시민 단체들의 맹렬한 활동과 지역언론의 비판적 시각 등에 의해 그 양상은 적잖이 변모하고 있지만 충북의 시범도 변모는 예기치 않았던 분야에서 계속 나타나고 있다 하겠다.

요즘 대표적 사례가 ‘반(反)부패공동수업’이다. 전교조 충북지부가 지난 22일의 집행위원회 결정에 따라 충북도내 437개 초·중·고교 중 전교조 조합원이 재직중인 361개 학교에서 26일부터 30일까지의 일정으로 실시했던 반부패공동수업은 전국교육현장에서의 ‘첫번째 시도’여서 ‘실험성’과 ‘시범성’을 동시에 띄고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다른 시겣동【?선행(先行)되지 않은 학생상대 반부패수업을 전교조 충북지부측이 감행함으로써 지역 교육계는 물론 일반사회에까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 교육감의 비리혐의 등을 알리기 위해 전교조 충북지부측이 ‘반부패공동수업지도안’을 작성, 배포하여 실행한 이번 반부패수업은 초·중·고 교과목에서는 도덕과 국어, 사회 등의 교과시간에 특별수업 또는 관련단원으로 지도하거나 재량활동시간을 통해 실시했다. 그리고 학급 담임교사는 글짓기대회, 자료수집과제 제출, 훈화, 학급신문 만들기 등으로 진행했다.

이처럼 반부패공동수업이 실시되자 찬·반의견이 뜨겁게 교차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일을 벌인 전교측은 반부패수업을 강화하라는 교육청의 지시에 따른 것이어서 수업교재나 내용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도 교육청측은 전교조 교사들이 ‘교육감 퇴진’이라는 특정목적을 갖고 있고 검증되지 않은 학습자료를 학교운영위원회의 승인을 받지않고 수업에서 사용하는 것은 교육기본법과 초·중등 교육법에 위배된다고 주장, 위법 확인시 행정조치(징계등)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학교운영위원회 충북도협의회도 반발, 강력대처를 다짐하고 있다.

전교조 충북지부의 반부패공동수업에 대한 일반 주민들의 평가는 교육 당사자들처럼 크게 둘로 갈린다. 전교조의 ‘거사’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초·중·고교생들도 ‘시대적응적 교육’을 받아야 한다”면서 “오죽했으면 현직 교육감 등의 품행을 비판하는 수업을 실시했겠느냐” 고 반문하고 있다.

이에 반해 초·중·고 학교에서의 반부패 수업을 반대하고 있는 사람들은 ‘시기상조(時機尙早)’와 ‘학습자료의 공론결여’ 등을 지적하고 있다. 고교생들도 미성숙단계에 있는데 사회적 가치판단력이 제대로 길러지지 않고 있는 초·중학생에게까지 반부패수업을 실시한 것은 너무 이르다는 것이며 설사 실시한다 해도 반부패공동수업의 학습자료는 전교조측이 일방적으로 만들게 아니라 전교조 이외의 인사들까지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에는 일리가 없지 않다 하겠으나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가 명심할 것은 기성교육계의 성인(成人)다툼으로 성장기의 학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반부패 교육’이 초·중·고 학생들의 기성인에 대한 실망이나 증오를 확대·재생산 시켜서는 안될 것이며 반부패 수업의 위법성과 처벌만을 강조한 나머지 ‘썩고 타락한 행태’를 청정행태로 호도해서도 안된다. 이와함께 법치국가 일원으로 한시도 잊어서는 안될 것은, 국민 누구나 사법부로부터만 정당한 재판을 받을수 있는 헌법상의 기본권이 보장되고 있다는 점과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형사법의 원칙이다. 다시 말하면 아무리 공익적 목적이 있다해도 사법부 이외의 누구도 법원을 대신하여 형사재판을 할 수 없으며 유죄판결 확정전의 피고인에 대해 개인이나 단체가 자의로 유죄를 단정하거나 간주할 수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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