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계속되는 가뭄과 관련, 효과적인 물관리 정책이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수자원(水資源)정책은 수질(水質)보전보다는 수량(水量)확보에 중점을 둔 정책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2%, 1인당 수자원총량은 세계평균치의 11분의 1에 불과하며 연평균 강수량의 3분의 2가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내려 수자원의 대부분이 홍수로 즉시 유출된다는 등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량확보 중심의 수자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유엔에서는 우리나라를 물부족 국가로 구분하고 있다. 건설교통부에서도 2001년 물 수요량은 연간 337억톤이지만 현재 344억톤이 공급되고 있어 7억톤 정도 여유가 있으나 2004년을 고비로 2006년에는 4억톤, 2011년에는 20억톤 정도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30년 빈도의 가뭄이 발생하는 것을 가정한 것일 뿐, 금년과 같은 기록적인 가뭄을 전제로 한다면 물부족 시기는 더 앞당겨지고 부족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외에 지구환경 변화로 인한 온난화의 진전은 기상이변이 아닌 기상변동으로 나타나 우리나라를 지금까지의 온대에서 아열대지역으로 변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어 근본적인 수자원 확보 및 수질보전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물론 근본적인 물부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상수전용 댐 등 중소규모 댐을 다수 건설하거나 상수원 지역에 풍부한 수자원을 함양하기 위하여 울창한 삼림을 유지하고 난개발을 방지하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제반 환경적 여건을 감안할 때, 시민차원에서 실천할 수 있는 물절약 방법이 있다면 이를 통해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망되는 시점이다.

유한한 환경자원인 물을 많이 확보하기 위하여 우리가 가장 먼저 하여야 할 일은 수돗물을 더 오염시키는 것이다. 물론 수돗물의 원료인 상수원수는 엄격하게 관리되고 깨끗하게 보전되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수원수 중에 녹아있는 유기물질과 소독을 위하여 투입되는 염소와의 화학적 반응에 의하여 생성되는 발암물질인 THM(trihalomethane)의 발생도 예방하여야 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는 수돗물을 너무나 깨끗한 상태로 버림으로써 엄청난 돈이 낭비되고 있을뿐만 아니라 막대한 재원을 투자하여 건설한 하수처리장에서 하수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하수처리방식이 생물학적으로 유기물질을 처리하는 때문이며, 처리장으로 유입되는 하수가 깨끗하면 먹이가 부족하여 미생물이 자라지 않고 따라서 미생물에 의한 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청주하수처리장의 경우 천억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돈이 투자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계농도가 BOD 기준 200mg/ℓ로 되어 있으나 처리장으로 유입되는 하수의 농도는 100mg/ℓ 전후로 효율적인 처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전처리 상태의 생분뇨를 투입하여 연계처리하거나 종균제를 넣어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을뿐만 아니라 배수관, 하수관거, 차집관로, 처리장의 규모를 크게 하여 시민들의 세금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의 해결방법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물을 절약하여 더욱 높은 농도가 되도록 하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합류식 배수시스템을 분류식으로 교체하여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는 하수의 농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가 즉시 할 수 있는 실천방법은 물을 절약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의무인 동시에 물부족에 대비하면서도 세금을 줄일 수 있는 현명한 생활방식인 것이다.

시민들이 물부족에 대비하고 하수처리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정책수단으로는 첫째, 저렴한 우리나라 수돗물 값의 단계적 인상과 이를 재원으로 하는 투자, 둘째, 하류지역 주민이 부담하는 물이용부담금의 배분방식을 물을 깨끗하게 흘려보내는 자치단체에 많이 지급하는 수질연계 인센티브제도의 시행, 셋째, 시멘트로 뒤덮인 불투수성 도시를 투수성의 생태도시로 만들어 풍부한 지하수를 확보하는 방안, 넷째, 공공건물을 위시하여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에 중수도의 설비를 의무화하여 물의 재이용률을 높이는 방안, 다섯째, 목욕탕, 화장실의 구조를 절수형으로 개선하는 등의 시책을 동시에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물은 우리와 우리 자손 모두에게 소중한 자원이다. 우리가 물을 절약하는 것은 우리의 후손에게 풍요로운 자원을 남겨주는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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