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에 빨간 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날이 연중 보름 가까이 되지만 그 날마다의 의미는 단지 하루 쉬는 날 정도 그 이상은 아닌 것 같다.

매년 돌아오는 어린이날은 1919년 기미 독립운동을 계기로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해' 소파(小波) 방정환(方定煥) 선생을 비롯한 색동회가 주축이 되어 5월 1일로 정한 것을 시작으로, 1927년에는 5월 첫째 일요일로 변경했고, 1939년부터는 일제의 억압으로 중단되었다가, 해방 후인 1946년부터 5월 5일로 정했고, 1970년부터는 '관공서의공휴일에관한규정'에 의해 공휴일이 되었다고 한다.

어린이들이 언제나 맑고 고운 마음으로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른들의 의무이다. 어린이를 위하고 아끼는 마음은 어떠한 상황이라 해도 변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것을 전제로 어린이날에 대하여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과연 어린이날이 반드시 공휴일이어야 하는지, 어린이날을 공휴일로 함으로써 과연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고취시키고 있는지' 말이다.

어버이날은 어떠한가?

어버이날은 어머니날인 5월 8일을 1973년부터 어버이날로 바꾸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날이 '공휴일'인 데 비해 어버이날은 그저 그런 '보통 날'이다. 그렇다고 어버이날을 또 공휴일로 하자는 건 적어도 요즘 같은 때에는 무리일 것이다.

어린이가 자라면 어른이 되고 어른이 노인 된다.

이런 맥락에서 어버이날을 노인문제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공원 한 옆에서 무료 급식하는 식사 한 끼를 위해 기다리는 노인 가운데는 물론 갈 곳이 없어 식사를 거를 정도로 극히 빈곤한 노인이 많다.

그러나 그 노인들 가운데는 버젓이 돈 잘 벌고 효도하는 자식이 있고 편히 쉴 집도 있는 그런 노인들도 다수 있다고 전해진다.

그런 노인들이 왜 그런 곳에서 한 끼 식사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건 소외감과 무력감, 게다가 자식 손자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 그런 것들 때문이다.

의욕은 있지만 이미 사회에선 받아주질 않는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인 능력 뿐 아니라 육체적인 힘마저 없어져 버린다.

우리 사회가 노인문제에 대해 너무 무관심한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나무가 조용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질 아니하고/ 자식이 봉양코자 하나 부모가 기다려주지 않는다/(樹欲靜風不止 子欲養親不待)

어디 옛말이 하나 틀린 게 있는가.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다. 정말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 반만큼이라도 노인 문제에 관심을 둬야할 시점이다.

고려장(高麗葬)을 위해 할머니를 지게에 지고 가는 아버지가 따라오는 아들에게 왜 따라오느냐 나무라자 그 어린 아들은 "길을 알아두어야 나중에 아버지를 잘 모시고 갈 것 아니냐"는 대답으로 할머니의 고려장을 막았다는 '고려장 이야기'가 있다.

부모 없는 자식 없고 늙지 않는 젊은이 없다.

효경(孝敬)을 몰라서 못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알면서도 실행 실천을 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핵가족화 되고 개인주의가 팽배한 속에서 교육받고 자라난 세대들에게 과거와 똑같은 경로효친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라도 이젠 무언가 조금씩 바꿔 나아가야 할 시점인 것 같다.

방법은 간단하다. 그건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10월 2일 '노인의 날'을 어버이날과 합쳐 정식 공휴일로 정하는 것이다.

어린이날은 옛날처럼 5월 첫째 일요일로 하면 된다. 공휴일이 아니라 해서 어린이들에게 불이익이 갈 건 아무것도 없고 공휴일 수가 느는 부담도 없다.

의사당에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주는 것이 모든 국민들의 바램일텐데 '그분들은' 그런 걸 모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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