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의 각 정당이 후원금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불법적인 모금방식으로 기업들로부터 돈을 긁어모아 부당하게 쓰거나 챙긴 게 들통이 났기 때문이다. 그들은 말이 좋아 선거자금 모금이지 실상은 기업에 강요를 한 것과 다름이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한국적 상황에서 기업은 협찬금을 내놓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처지에 서게 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감히 거절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기업 측으로 보아서는 강요를 당해 내는 준조세성 부담, 지출인 것이다.

지역에 강요성 준조세 있다

기업이 그렇게 내놓아야 하는 헌금이 한 곳이라면 얼마나 좋으련만 실제는 정당 수 만큼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지난날 대통령 혹은 국회의원 선거 철에는 중견기업의 총수들이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는 예가 허다하다는 소문까지 나돌기도 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기업에 대한 강요성 준조세가 중앙 차원에서만 있는 게 아니라 지역에서도 횡행한 적이 있다는 귀뜸이다.

충청북도 내 유수 기업들이 토로하는 바에 의하면 그들도 역시 지방자치단체, 정부 관련 공공기관, 직·간접으로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관·단체들로부터 ‘아 얏’ 소리 한마디 못하는 가운데 이런 저런 명목의 강요성 준조세에 시달린 적이 있었다는 하소연이다.

이렇게 크고 작은 기업들이 많은 기관·단체들에 의해 강요당하고 있는 헌금의 명목들은 성금, 기부금, 찬조금, 협찬금, 재해의연금, 축하금 등등 수십 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부작용 때문에 한 때에는 불우 이웃돕기, 재해의연금, 적십자회비 등등 불가피하게 긴요한 부분 외에 모금을 하지 못하게 조치한 바도 있었다.

상당기간 이런 조치가 효력을 발휘한 듯 하였으나 그 병폐가 언제부터인가 되살아난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중견기업, 중소기업들의 경우 행정관서나 관련 기관들이 의견상 정중한 표현으로 직·간접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협찬을 요구해 올 경우 제반 분야에서 그들의 영향하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거부·거절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지역에서 사업에 웬만큼 성공을 하면 아예 떠나는 예도 있었다.

정부주도의 경제운용이 이루어지고 관, 행정우위의 풍토가 여전한 상황에서 알아서 처신하라는 그들의 요구를 거절, 거부할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한 말로 그 위압에 눌려 결코 원하지 않는, 마음에 없는 협찬금을 내놓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청주에서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 사업가의 말을 빌면 자발적으로 불우 이웃돕기나 지역사회 발전에 기꺼이 기여해야 할 용도도 적지 않은 데 기관·단체들로부터 요구받는 협찬금 등은 참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겨우 겨우 대처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을 대상으로 한 조세연구원의 한 조사통계에 의하면, 최근 한 해 동안 기업의 준조세성 경비가 국가 총예산의 11. 4%에 달한다는 놀라운 발표도 있었다.

기업하기 좋은 지역이 돼야

또 다른 한 연구에 의하면, 기업의 준조세성 지출액이 상장기업들의 경우 연중 총 이익금의 35%에 이르고, 중소기업은 한층 커 52%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보고도 있었다.

지방·지역을 대상으로 한 정확한 발표는 없지만 이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는 추산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지역 언론들의 지나친 행사협찬, 광고게재 요청 등도 기업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불평도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에는 특권이나 이권을 따내기 위해 스스로 협찬금 등을 뿌리고 다니는 경우도 있어 빈축을 사는 예도 있다.
아무튼, 자발과 자의성이 없는 원칙도 정상도 아닌 강요성 준조세는 근절되어야 할 지역의 병폐이다.

명실상부하게 기업하기 좋은 지역 특성을 창출하는 데 모두의 지혜와 슬기가 모아져야 할 시점이다.

(청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birdie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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