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북도, 대전광역시 등 전국적인 반대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공장을 신설·증설할 수 있게 하려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수도권 과밀을 방지하기 위하여 규정한 규제를 완화시키기 위한 여론몰이가 한편으로는 공공연히 진행중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재계는 투자 활성화라는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워 삼성전자 화성공장과 쌍용차의 평택공장의 신·증설 허용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가소롭게도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중국 등지로 공장 이전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를 협박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전 인구의 47%가 수도권에

해당 지역 언론들까지 ‘국가 경쟁력 강화’ 등 비슷한 이유, 명분을 내세우며 갖가지 방법으로 지원, 협력, 후원하고 있다.

게다가 김진표 부총리와 윤진식 산업자원부장관 등 정부 관료들마저 기회만 있으면 ‘허용’의 불가피성을 직 간접으로 내비치고 있다.

김 부총리는 ‘수도권에 투자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외국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업종들에 한하여 증, 신설 등이 허용돼야 할 수밖에 없다는 데 각료들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다’고 두둔하고 있다.

한 거름 나아가, 산업자원부는 청와대 회의 자료에 ‘현재의 기업규제를 과감히 완화하기 위해 수도권 지역의 대기업 공장 신·증설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며 관련 부처와 협의도 하지 않은 보고서를 제출하였다가 호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전 국민의 공감대 속에 ‘대도시 인구집중 방지책’이 1960년대 초에 마련된 후 역대 정권이 이를 계속 국토개발계획의 기본 이념, 방향으로 삼아 왔다. 수시로 그 정책의 보다 확실하고도 확고한 집행이 논의도기는 했지만, 그 필요성에 대해서 의심마저 가져본 적이 없는 게 ‘수도권 집중 억제정책’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 여러 가지 이유를 만들어 지금까지 지켜온 일종의 불문율을 무효화하려는 의도가 표면화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국정 핵심기조가 ‘지역균형발전’임을 목청을 돋우어 부르짖고 있는 데 이런 황당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회고하면, 60년대 이후 계속 수도권 집중 억제정책을 펼쳐왔지만 그 성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인구 면에서만 봐도 서울의 인구가 1960년에 전국 인구대비 20.8% 이었던 것이 40여 년이 지난 2001년 말 현재 46.5%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지역말살 정책 분쇄하여야

서울, 경기지역의 면적이 전국 면적의 11.8%에 불과하지만 제조업체 수의 56.2%, 지역내 총생산(GRDP)의 47.1%, 우리 나라500대 기업의 본사 82.0% 가 여기에 몰려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수도권 공장 신·증설의 부당성을 지적, 주장하는 목소리는 한결같이 미약하기만 하다. 수시로 ‘신, 증설 허용을 검토하겠다’는 발언이 나올 때마다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은 고작 지방 언론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 일부에 머물 뿐이다.

반면 이를 환영하는 목소리는 힘있는 경제단체와 직접 이해관계가 걸린 거대 기업, 수도권 언론 등이어서 영향력이 막강하기만 하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우리처럼 불균형을 이룬 개발체제, 불균형상황을 갖고 있는 나라가 없다는 사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보아 비교적 수도권집중이 심하다는 일본이나 프랑스가 전국인구 대비 수도권 비율이 각각 32%, 19%에 지나지 않는 실정이다. 우리의 47%에 이르는 예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발견할 수가 없다.

지금 우리가 추구해야 할 긴급과제는 전국의 균형발전이다. 지역 말살 정책은 막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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