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제(齊)나라의 사상가이자 정치가인 관중(管仲)이 지은 것으로 돼 있는 중국 고대의 책 관자(管子)에서 정치의 요체(要諦)는 백성을 부하게 하고, 백성을 가르치며, 신명(神明)을 공경하도록 하는 일의 세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백성을 부(富)하게 하는 일이 으뜸이라고 하였다.

이어서 관자에는 나라가 망하는 원인 아홉 가지를 열거하고 있는 데 시대는 다르지만 사람 사는 이치는 하나여서 오늘날에도 되새겨봄직한 일로 여겨진다.

첫 번 째는 국방을 게을리 할 때라 했다. 시대를 초월하여 나라를 지키는 으뜸가는 조건이 자주 국방의 기틀을 튼튼히 다지는 것임은 불변의 진리일 것이다.

망국병 시대 초월 되새김직

그래서 오늘날에도 각각의 나라들은 대부분 일년 예산 중 국방분야에 가장 많은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두 번째는 맹목적인 평화주의가 만연할 때라 했다. 스스로 나라를 지킬 수 있는 튼튼한 힘이 있은 후에 평화를 말할 수 있을 뿐 나약하면서 평화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중하는 진리로 느껴질 사안이다. 우리의 경우도 철통같은 국방력을 배양한 후 ‘햇볕정책’이지 스스로 나약하면서 적대국에 햇볕을 쪼여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에 스스로를 겸손히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쾌락주의(快樂主義)가 만연하면 망국한다고 했다. 역시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됨직한 망국의 원인이라 할 것이다. 인간사 모든 일은 고진감래(苦盡甘來)라 하여 땀을 흘리고 고통을 참는 노력과 인내 끝에 보람을 거두기 마련이거늘 육신이 쾌락만을 쫓는 쾌락주의가 판을 치게 되다면 나라가 잘될 턱이 없음은 예나 지금이나 자명한 일이라 할 것이다.

네 번째는 정치가 억지이론에 휘말리 때라 했다. 정치가 형식주의나 타락에 젖을 때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모든 인간사 진실이 결여될 경우 제대로 작동, 작용될 수 없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정치가 허구와 허식으로 채워져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사지 못하는 가운데 국정이 흔들리고 있음은 이를 잘 입증하는 사례라 할 것이다.

다섯 번째는 금권주의가 횡행, 돈 많은 사람이 판을 칠 때라 했다. 옛날부터 학문과 부, 두 영역은 서로 상반되는 진리를 대변하는 영역으로 이해되어 왔다.

현대적 감각으로 풀이한다면 정신대 물질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정신이나 학문이 시대를 이끄는 견인차 역을 맡고 그를 뒷받침하는 게 물질이나 금전인 것이 지극히 온당한 논리라 할 것이다.

옜 가르침, 오늘의 교훈으로

여섯 번째는 파벌끼리 세력다툼을 일삼을 때라 했다. 패거리 정치의 폐해를 지적하는 교훈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에도 이런 작태의 폐해는 도처에서 목격된다.

일곱 번째는 국민 모두가 사치풍조에 젖을 때라 했다. 근면 검소하고 절약하며 절제를 미덕으로 알고 여길 때, 사회가 나라가 제대로 작동된다는 것은 사람 사는 세상 어디서나, 언제나 추구되는 진리라 할 것이다.

여덟 번째는 정실인사가 만연하고 관직을 끼리끼리 나누어 가질 때라 했다. 지역이기주의가 팽배하여 좁은 나라에서 영호남을 중심으로 패거리를 지어 다투던 지난 한 때를 돌이켜 보면 얼마나 절실한 문제인지를 느껴 알게 될 일이다.

아홉 번째는 아랫사람이 아첨을 일삼고 위정자의 눈을 가릴 때라 했다. 이 시대에도 흔히 정치에 대한 경구로 거론되는 대목이다. 경계하면서도 흔히 빠질 우려를 배제하지 못하는 항목이다.
바꾸어 말하여 나라가 흥하려면 이상의 아홉가지를 오늘에 되 새겨,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청주대학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birdie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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